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자신의 사저 근처 사자바위에서 '투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검찰의 수사 압박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은 검찰로부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640만 달러를 받았다는 관련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아왔다.
노 전 대통령은 높은 도덕성과 청결을 무기로 정치개혁의 선봉에 서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의혹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받았던 지난달 7일,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공개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정 비서관이 받은 박 회장의 돈의 성격에 대해 "저의 집(권양숙 여사)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아내의 부탁을 외부로 처음 공개한 노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5일 뒤, 노 전 대통령은 "참 구차하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며 자신의 부인이 박 회장이 돈을 건네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해서 이렇게 민망스러운 이야기를 하지 말고 '내가 그냥 지고 가자'고 사람들과 의논도 해 보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대해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아내가 돈을 받았던 것을) 몰랐다니 말이 돼?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이나 중요한 것은 증거"라며 "성실히 방어하고 해명할 것"이라고 강조한바 있다.
당시 민주당 친노진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정면돌파하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예측할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달 22일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며 "저를 버려야 한다"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하는 등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자신의 주변으로 확대되는데 따른 정신적 부담감과 복잡한 속내를 밝혔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상징이었던 도덕성과 관련,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나버렸다"고 토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서울 대검찰청에 소환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떠안은데 이어 자신과 권 여사에 대한 수사가 이후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로 확대되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도 힘들게 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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