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가 그동안 유력인사로 알려진 핵심은 놔둔 채 주변만 맴돌았기 때문이다.
장씨 유족은 현재 일본에 체류중인 소속사 대표 김 모씨 등 4명을 강요 및 폭행, 성매매 특별법 위반 혐의로 지난 17일 고소했다.
김씨 외 나머지 3명은 모 중앙일간지 대표와 IT업체 대표, 금융업체 대표로 알려졌다. 전 매니저 유장호(30)씨와 KBS기자 2명 등 3명에 대해서도 같은날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뒤 장씨의 피해사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피고소인 소환조사보다 문건유출 경위와 관련된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17일과 25일 2차례에 걸쳐 유씨를 불러 조사했으며, 30일에는 문건을 본 언론사 관계자 5명 중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모 방송사 기자 2명과 문건을 본 신문사 기자 1명을 서울 모처에서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유씨에 대해서는 문건 유출경위, 언론사 관계자들에게는 문건을 보도한 경위 등에 대해 캐물었다.
장씨가 숨진지 25일이 지났지만 경찰은 유족이 주장한 성상납, 강요, 폭행과 관련된 피고소인에 대한 소환조사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벌이지 않았다.
이들을 상대로 출석요구서도 보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의지가 있는지 조차도 의문이다.
반면 경찰은 지난 20일 27명이던 수사인원을 41명으로 증원한 뒤 ‘장자연 리스트'를 유포한 네티즌들을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등 엉뚱한 수사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문건에 언급된 잠자리 강요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우선순위에서 배재시켜 놓고 유출경위, 보도경위, 네티즌 수사를 먼저 해 관심을 딴데로 돌리려 하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당경찰서 A 경찰관은 “이번 사건이 모 언론사 대표들 같은 유력인사들이 상당수 연루돼 있는데 경찰에서도 쉽게 건드릴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수사관들도 머리가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도 어려운 수사라는 점을 인정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30일 브리핑에서 “이번 수사는 굉장히 어렵다""며 “술자리에서 고인과 언제 어디서 함께 있었는지는 확인했지만 강요나 교사, 방조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피고소인들의 범죄행위를 확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론에서 ‘관련자들 줄소환'이란 보도가 나간 것에 대해서는 “줄소환이라 보도하는데 표현이 맘에 안든다""며 유력인사 소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소속사 대표 김씨의 개인카드와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보해 김씨가 출입한 것으로 확인된 서울 강남소재 업소 7곳의 매출전표와 비교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김씨 카드사용 내역과 업소 매출전표 비교를 통해 김씨가 수사대상자들에게 술접대 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유족에게 고소당한 7명과 문건에 언급된 7명, 이중 겹치는 2명을 제외한 12명과 부적절 행위자 1명을 수사대상자로 선정했다.
경찰이 유력인사들에 대한 과감한 소환조사를 통해 그간 이들에 대한 수사순위를 뒤로 제쳐놓고 ‘주변'만 맴돌았다는 의혹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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