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을 위한 ‘묘책'?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9-03-08 18: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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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원) 요즘 미국에서는 경제나 오바마를 능가하는 이슈를 찾아볼 수가 없다. 하긴 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터이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 하겠는가. 연일 이어지는 새로운 대책발표와 그에 대한 미 대통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 지수는 맥없이 하락을 지속하며 미국, 아니 세계 경제의 어두운 앞날을 예고 하고 있다. 과연 살길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이미 위기는 닥쳐왔고, 문제는 경기침체가 얼마나 지속 될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나빠질까인데, 과연 누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쉽게 할 수 있을지 궁금 하기만 하다. 평범한 서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앞날에 대한 이러 쿵 저러 쿵 의 정책논의보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럼 살아남기 위한 묘책들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일본의 예를 들어 한번 살펴 보도록 하자.

경제위기에 관한 한 아시아의 국가들은 일가견이 있다. 우리의 경우, 온 국민이 외화 마련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하여 해외 토픽 감이 되었었고, 정부는 IMF의 권고에 따라 나라의 산업구조를 뿌리 체 흔드는 지각변동을 감행해야만 했었다.

우리국민 중 그때의 고통에서 자유로웠던 이는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본인이 당사자가 아니었을 경우 가족이나 주변에서 고통을 받는 이가 한 둘은 틀림없이 있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면 대충 우리의 살길이 어디에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허리띠 졸라 메고 씀씀이를 줄여가던 고생은, 이제서야 끝인가 싶었겠지만, 사실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단 말이다. 하지만 전쟁 후의 황폐화 된 땅에서도 일어선 전력이 있는 민족이니 다소 걱정은 된다 해도 위기극복에 대한 강한 믿음과 희망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으리라 본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후의 잿더미에서 재건한 경험이 있는 일본 역시 뛰어난 위기 극복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오히려 한 수 배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90년대 초, 거품붕괴에서 비롯된 일본의 경제위기는 평범한 가정들의 무수한 꿈을 짓밟고 나서야 어느 정도 진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 지게 되었고, 국가차원의 위기 관리 능력은 일본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세계에서 가장 말 잘 듣는 국민은 일본인들""이라고. ""나라는 잘살고 국민은 가난한 나라가 일본""이라고도 한다.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높은 경제력으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실상 국민들의 생활여건이 개발 도상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곳이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꽤 하는 직장에서 꽤 많은 급여를 받고 있는 대기업의 중역이라 할지라도 살고 있는 집은 우리네 중산층만 못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왔던 것 같다. 이렇듯 평소 검소하여 저축을 많이 한다는 일본인들의 근성은 우리에게도 이미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게다가 부실경영의 책임을 통감하고 보여준 일본의 금융기업 최고 경영진들의 모습은 세계인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은바 있다. 전 직원과 국민들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던 그들의 모습이 일본인들에게는 다시 고통을 분담하고 견뎌 낼 수 있는 힘과 용기의 원천으로 작용 되지 않았었나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대목은 지금부터이다. 위기를 극복해낸 일본은 우리에게 약간은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징그러울 정도의 절약이 바로 그 것이다. 물론 미국에 대한 수출에 많은 의지를 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당연히 지금의 상황을 긴장한 체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래도 개중 상황이 가장 괜찮다는 일본인데 좀 심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니 우리로서는 난감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예를 좀 들어보자. 일본내의 고급주류 소비량이, 최대 호황을 누리던 80년대에 비해서 오 분의 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가용의 판매량은, 1990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고 한다. 위기를 극복한 세계경제강국의 모습치곤 많이 소심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목욕물을 이용해서 빨래를 하거나 허드렛물로 쓰는 것은 일본인들에게 아주 흔한 일이란다. 또 식 재료의 주간 소비량을 미리 정해 놓고 초과할 경우 감자와 양배추 국으로 대신하는 일본 판 똑순이의 사례가 뉴욕 타임스에 소개된바 있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0.2% 밖에 되지 않는 지난 7년간의 1인당 소비 증가율은 경제강국이라는 이미지와 너무나 차이가 있다. 일본이 이토록 궁상을 떨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시장의 위축이 가져오는 불안감이 첫 번째요 숨통을 조여오듯 다가오는 신진 경쟁국들의 출현이 그 두 번째 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인 스스로의 보호본능이 철저한 절약과 자기 절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믿기 어려운 일본의 모습은 여기서도 그치지 않는다. 평생직장, 평생고용으로 유명한 일본의 고용시장의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급여는 오히려 줄어들고 취업의 문턱은 높아지고 많은 일자리가 비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한다. 그간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속의 일본과는 또 다른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보다 잘산다는 일본의 사정이 이정도 이다 보니 우리에게 필요한 묘책은 그저 ""절약"" 밖에는 없는 듯 보인다. 물론 안 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수석 경제정책 자문 로렌스 서머스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사실 디플레이션입니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소비위축이 가져오는 시장의 경색이 경기침체를 더욱더 깊숙한 수렁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일본과 더불어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우리의 경제구조에서는 일본의 궁상을 능가하는 ""절약"" 전략만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묘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환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고 있고 각종 지표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있다. 소나기는 피해가는 것이 최고이듯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해 우리는 잔뜩 엎드려 있어야만 할 듯 하다.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역경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수년 뒤, 세계 경기가 다소 회복 되었을 때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보다 높일 수 생존 국가로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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