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스스로 자정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국민 앞에 드러내보였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2월6일부터 26일까지 민주노총 고위인사들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피해자의 입을 막는데 골몰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싸워야 하는데 이 사건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조직논리가 동원됐다. 이들은 이 기간동안 민주노총 수뇌부에 성폭력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내부사정을 보면, 민주노총이 사건 자체에 대한 경각심이 별로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수뇌부를 장악하고 있는 간부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간부들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지휘부 흔들기’로 치부했다. 민주노총의 ‘고질병’으로 알려진 정파논리가 작용한 결과다. 관계자는 “그냥 그런일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치부하고 서로 말하기 창피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그래서 수뇌부에 보고가 올라가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전 집행부 일부는 소속 조합원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은폐시도에 가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전교조에 대해 실망과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자 전교조는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2월말로 예정된 대의원대회에서 보고키로 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자가 ‘전교조가 이 사건과 연루되는 것을 원치않는다’는 요지의 공문을 전교조에 전달함에 따라 이마저도 하루만에 중단됐다. 피해자는 공문에서 “이번 사건과 전교조가 관련되는 언론보도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전교조는 일선학교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폭력사건에는 핏대를 세우면서도 정작 소속 조합원이 당한 사건에는 미온적이었다는 공격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전교조 관계자는 “진상조사를 해서 풀어야할 것이 있다면 풀었어야 했다”며 “결국 이런 결과를 낳게된 조직논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에 혼쭐이 나야할 부분이 있었다면, (기사화된 후에)반성하고 고치면되는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교조 관계자는 “정작 우리는 빠져있고 대리인이 피해자를 대변하는 것을 보며 자괴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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