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특정업체의 건설공사 수주 관련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주에 SK건설 관계자 등을 소환할 계획이어서 청와대 전 직원과 대기업의 조직적인 유착관계에 대해 중점적인 수사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측근 인사 비리에 대해선 강력한 척결의지를 밝히며 전 정권들과 차별화를 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청와대를 통해 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발견되면 참여정부 도덕성에 심각한 흠집이 생기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집값상승을 인위적으로 잡기 위해 부동산경기 위축과 건설업계 불황을 초래하는 정책을 연이어 발표함으로써 ‘피해자’였던 건설업체들이 역으로 당시 청와대 로비를 통해 경기불황을 타개하려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경찰은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건설공사에 특정 대기업이 수주권을 따낸 경위를 면밀히 따질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로 알려진 서 모(55·구속)씨와 정상문(62) 전 청와대 1급 총무비서관 및 홍경태(53) 전 3급 총무행정관의 입김이 작용한 흔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의 진술과 통화내역을 비교, 확인한 결과 “서씨와 홍씨가 얼마나 자주 만났는지는 횟수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절친한 사이더라”며 두 사람의 연루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층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연루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이 발주한 부산신항공사건과는 달리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공사는 대기업들이 브로커 서씨와 청와대 직원에게 직간접적인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대기업들은 대신 수주의 대가로 중소업체 S건설에 공사구간 일부를 하청을 주기로 약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으로 SK건설은 2006년 7월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군산~장항간 호안공사(약 2800억원)를 수주했다. 대우건설 역시 2006년 9월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영덕~오산간 도로공사(약 700억원)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SK건설이 수주한 호안공사는 서씨가 먼저 중소업체 S건설 장 모 상무에게 제안해 이것을 SK건설이 사실상 묵인·동의한 것에서 시작된 반면, 대우건설이 수주한 도로공사는 박 모 전 사장(59)이 서씨에게 직접 청와대를 통해 토지공사에 대한 외압과 청탁을 부탁해 이뤄졌다.
특히 대우건설 박 전 사장은 서씨로 인해 홍 전 청와대 행정관의 외압을 받고 중소업체 S건설에 수주를 준 반면, 역으로 서씨를 통해 홍 전 행정관 등에 청탁을 부탁해 수주권을 얻은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배임 및 입찰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그러나 대우건설과 SK건설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적법 절차를 밞았음을 강조하며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어 경찰은 혐의를 섣불리 단정하진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가 수주에 미친 영향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는데 (서씨의 주장과는 달리) 대우건설측은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씨는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SK건설 역시 본인을 활용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서씨가 브로커 활동을 작년까지 했으며 현재까지 건설공사 수주 개입이 확인된 것은 3건이다. 중복된 부분이 있어서 6~7건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지만 서씨가 2002년 회사를 부도내고 도피 중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20억원 상당의 빚을 청산하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홍 전 행정관 등과 함께 추가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경찰은 서씨와 함께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홍 전 행정관 조사를 통해 청탁유무와 수주 경위 등을 파악하면 건설수주 외압비리에 대한 의혹이 일정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지인들을 통해 홍씨의 귀국을 종용하는 한편 홍씨와 그의 아내에 대해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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