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건설기계노조는 16일 총파업을 선언한 뒤 이틀 만에 수위를 낮추고, 현장 투쟁에 나섰지만 정부가 약속했던 임대차표준계약서 작성과 유류 지급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 일주일 만에 다시 ‘끝장투쟁’을 결심했다. 이는 17일 정부 제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노총 산하 건설기계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민주노총 산하 건설기계노조가 현장투쟁으로 전환할 당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정부는 건설기계 임대차표준계약서를 조기 도입하고, 시도 공무원들의 확인을 통해 건당 벌금 100만원을 부과하겠다고 노조를 설득했다. 정부는 또 관급공사에서 유류비 지원 상황을 매달 보고받고 분기마다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민간공사에 대해서는 유류비를 지급하는 건설업체들이 관급공사에 입찰할 때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이는 총파업을 선언할 당시 건설기계노조가 요구했던 ▲건설기계 임대차 표준계약서 조기 정착 및 활성화 ▲유가 급등으로 인한 유가 보조 ▲하루 8시간 노동제와 일요휴무제 실시 등과도 맥락을 같이 했다.
그 때 만해도 노조는 일단 정부 약속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노조는 핵심 쟁점인 표준임대차 계약서 작성이 현장에서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다 법 위반에 따른 고발장 접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총력 투쟁’을 다시 결심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 20일 긴급 투쟁본부회의를 열고 “합의한 사항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참담함 상황을 보면서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른 건설기계노동자들의 분노가 어떤 것인지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노조가 이같이 다시 강경 모드로 나오는 것은 정부가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해 표준계약서를 쓰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표준계약서는 덤프트럭 운전자에게는 일종의 최저임금제를 명문화하는 서류로 이 문서대로라면 노조는 유류 값 등락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실제 표준계약서는 건설업체와 화물차 운전자 간에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할 시 초과근무 수당 지급과 유류비와 운반비별도 지급, 임대료 현금지급 등을 담아 5월부터 의무화되게 돼 있다.
그러나 노조는 “현장으로 돌아간 1만80000여명의 조합원들이 표준임대차 계약서 체결 현황이 전무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건설기계노조 핵심 관계자 역시 “국토해양부는 공문을 여러 차례 현장에 내려 보냈다고 하는데 정부가 합의한 사안이 현장에서 단 한건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2007년도 7월 국회에서 통과된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에 포함된 건설기계표준임대차계약서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또 각 지자체에 고발장을 제출하려 했지만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자체들은 고발장 접수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관리 감독해야 하는 자치단체는 법 위반에 대해서 접수조차 받지 않고, 관급 공사 현장의 경우 서로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유류 지급 역시 하청은 원청업체에게, 원청업체는 시도나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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