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공장 조업중단 속출… 영종도부지조성공사 올스톱
화물연대 총파업이 닷새째로 접어든 17일, 물류대란은 점차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날인 16일 전국 항만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이르렀고, 컨테이너기지의 경우도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냉장물품 공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어 사실상 산업계 전반이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욱이 이날은 건설노조도 파업에 돌입했고, 정부와 화물연대 간의 10차 협상도 결렬돼 파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주요 항만 마비… 컨테이너 과중으로 안전 비상
부산항 중앙부두는 16일 장치능력인 2596TEU보다 더 많은 2665TEU의 컨테이너가 쌓여 있어 장치율 102.7%을 기록했다. 각 부두별로는 감만BICT가 101.3%, 감만BGCT 95.4%, 신선대 86%, 신감만 94%, 우암 87%, 4부두 91.9%를 보였다. 평상시 3~4층으로 쌓던 컨테이너도 5층까지 쌓여 있어 안전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울산항은 컨테이너 반입이 거의 중단돼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평일 1040TEU 가량의 화물운송이 이뤄지지만, 이날은 10TEU만 운송됐다. 이 때문에 현재 울산 내 주요산업단지와 공단은 물류수송이 마비돼 생산 중단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전기와 스팀 등 동력을 공급하고 있는 한주의 경우 원료인 석탄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관계자는 “앞으로 4~5일 후면 재고까지 바닥나 20여개 석유화학업체에 동력공급을 중단해야 할 처지”라고 한탄했다.
경기 평택항 컨테이너 기지와 자동차 전용기지의 화물 적체율은 이날 오후 4시를 기준해 38%를 기록했다. 컨테이너기지의 경우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어패류와 농산물 등 냉장물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해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인천항 역시 이 지역에서 운행 중인 컨테이너 차량 782대와 일반화물 1556대 등 총 2338대의 화물차량 가운데 44%인 1034대가 운송을 거부하고 있어 마비 직전이다.
◇산업계도 마비… 공장 가동 중단
충북 제천과 단양지역은 시멘트 제조사의 육로운송이 마비되면서 조업을 중단하는 레미콘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현장의 공사도 중단된 상태다.
각 레미콘 제조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일로 용량은 500톤 정도에 불과해 시멘트 제조사에서의 공급이 끊어질 경우 3~4일을 버티기 어려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충남 당진은 현대제철, 동부제철, 환영철강, 라파즈 등 4개의 분회 193대의 차량이 파업에 참여해 현재 철강제품 7만5000톤의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전남 여수산단의 공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료 입고 및 제품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여수국가산단의 공장들은 하나둘씩 가동을 멈추고 있다.
여수국가산단공장장협의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여수지역 화물연대의 불법 행위는 법질서의 테두리를 넘는 지나친 수준”이라며 “불법 집단행동의 피해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건설노조도 파업, 공사장 마비
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 조합원 900여명은 16일 서울로 상경, 유가보조금 지급, 운반단가 현실화 요구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지고 파업에 돌입했다. 노총 산하 건설기계와 덤프연합회 소속 덤프, 굴착기 등 중장비 기사 800여명도 이날 운행을 중단했다.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공사현장, 율촌 산업단지 조성사업, F1 경기장 건설사업 등 대단위 토목공사와 도로공사장도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내년 3월 개교예정으로 레미콘 및 철근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경기 지역의 60개 학교는 개교가 지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인천 역시 전국건설노동조합 인천지부 조합원 700여명이 총파업에 돌입하며, 덤프트럭과 레미콘 등 건설기계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현재 1900여명의 달하는 비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어 대부분 사업장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내 영종하늘도시 부지 조성 공사현장의 경우에는 덤프트럭 등 중장비 기사들이 작업을 거부하면서, 공사에 투입된 덤프트럭 30~40대와 굴착기 10여대 등이 운행하지 못해 부지 조성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사천동 A업체 아파트 신축현장의 경우에는 평소 50개의 덤프트럭이 드나들면서 흙을 반출했지만, 모두 중단돼 파업 후폭풍을 겪고 있다. 상당구 용정동에 1000여세대 아파트를 건설 중인 B업체 아파트신축현장 역시 70대의 덤프트럭이 가동을 멈추면서 공사현장이 마비됐다.
신항만 배후철도를 비롯, 부산-김해간 경전철, 남해고속도로 마산-진주 구간 확장공사, 거가대교 침매터널 제작장 등 20여곳에서도 대형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화물연대↔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 협상 줄줄이 결렬
화물연대와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는 15일에 이어 전날 오후 서울 방배동 화물회관에서 2번째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화물연대가 제시한 운송료 인상과 연합회가 상반된 의견을 제시해 별다른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양측은 오후 2시에 재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서울 방배동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회의실에서 열린 정부와 화물연대의 10번째 협상 역시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됐다. 화물연대가 제시했던 유가 인상에 따른 운송료 현실화와 표준요율제 도입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오후께 11차 재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건설노조에 파업에 이어 정부와 화물연대 간의 협상마저도 계속되는 의견차로 인해 파업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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