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전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삼성생명 주식 28만800주를 차명으로 보유하게 된 경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1988년 당시 소병해 비서실장이 이름을 빌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성생명 지분이 차명으로 분산 관리된 까닭에 대해서는 “나는 이름을 빌려줬을 뿐, (차명관리 이유에 대해서는) 나한테 물을 것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또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차명 분산관리 추진 사실을 모를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특검 수사 결과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차명주식 보유를 시인한 이유에 대해 그는 “총선 참패를 인정하고 사퇴해야 할 입장으로서 차제에 제주도민에게 거짓말한 점을 사과하기 위해서다”라며 ‘삼성과의 사전 조율설’을 일축했다.
한편 현 전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며 “(에버랜드 이사회가 열린 것이) 12년 전 일이라 전혀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에버랜드 사건 기획안을 구조조정본부가 만들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고 이 회장의 지시를 받은 적도, 내가 지시한 적도 없다”며 이 회장과 구조조정본부의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검팀은 현 전 회장을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을 차명보유하게 된 이유와 주식의 실소유주 등을 확인 중이다.
특검팀은 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의 피고발인인 현 회장을 상대로 CB를 실권한 경위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앞서 현 전 회장은 지난 10일 “삼성생명 주식 28만여 주의 실소유자는 이 회장”이라며 “1개월 쯤 전 특검에 불려가 차명계좌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을 당시 ‘삼성생명 주식의 실소유주는 나’라는 거짓 진술을 했다”고 전격 고백했다. 그는 또 “1988년 선대 고(故)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부터 이 회장의 차명주식을 보유해 왔다”며 “이 회장은 당시 차명 보유를 추진한 것에 대해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현 전 회장이 ‘차명주식’을 시인한 것은 비자금 의혹에 대한 삼성측의 논리를 측면 지원하려는 속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소환 하루 전에 나온 이 같은 언급은 비자금 의혹의 핵심인 차명계좌 자금이 비자금이 아니고 이 회장의 돈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명 자금의 출처가 비자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이 회장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사법처리되지만 개인 돈이라면 혐의 적용이 힘들게 된다. 이에 따라 현 전 회장은 자신의 진술이 거짓이었다고 밝히면서까지 삼성 측의 비자금 논리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 전 회장은 이날 특검에 소환돼 ‘이건희 회장은 당시 차명관리 시스템을 몰랐다’고 주장함으로써 이 회장이 고의적으로 조세를 포탈할 목적으로 상속 재산을 차명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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