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Temu)에서 찾은 일상용품으로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 ‘유쾌한 재해석’

김민혜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4-06 16: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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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남다현, 현대미술 재해석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예술’ 추구
국내외 갤러리 초청 전시, ‘IBK 아트스테이션’ 개인전…”예술의 가치 고민해보길”

갤러리 벽에 덕트 테이프로 붙여진 바나나 한 개는 지난 10년간 예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 중 하나다. 

 

▲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작 '코미디언(Comedian)'

 

서울에서 활동하는 남다현 작가(30)는 테무에서 구한 바나나 모형과 테이프를 이용해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유명작 ‘코미디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고, 이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남 작가의 '합리적 가격의 명작 프로젝트(Project Affordable Masterpiece)' 시리즈는 예술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들을 일상용품으로 재해석하는 시리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MMCA) 미술책방에서 전시되기도 했으며, 국내 몇몇 미술관에는 작품이 상설 전시 중이다. 스위스와 폴란드의 아트페어와 미술관에서도 전시되며 해외 관객들과도 만났다.

남 작가는 테무에 기반한 시리즈도 기획했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이름을 딴 ‘MoMA from TEMU’라는 제목으로 2024년 서울 ‘공간 황금향'에서 첫 선을 보였다.

남 작가는 "테무는 나에게 예술적 영감과 재료의 원천"이라며,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그 찰나에 예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과생에서 현대미술 고정관념 깨는 예술가로


그는 원래 토론토 대학교 이과계열 전공에 입학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미술사로 전공을 바꿨다. 2017년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누구나 흔히 볼 수 있고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재료로 작품을 만들기로 했다. 그는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23년 7월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인 테무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주방용 수세미부터 풍선, 문구류에 이르는 방대한 상품군은 그에게 새로운 실험의 장이 되어주었다. 그는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소매점에서도 재료들을 구했으며 최근에는 폐자재나 폐차 부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남 작가는 작품 선정부터 재해석까지 비슷한 방식을 거친다. 유명 박물관, 갤러리 등의 홈페이지 사진이나 도록을 참고해 유명한 원작을 선정한다. 

 

이후 테무 등 온라인 마켓을 뒤져 시각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구현할 수 있는 재료를 찾는다. 마크 로스코의 '무제(Untitled)'를 위해서는 비슷한 톤의 수세미를 겹겹이 쌓았고, 제프 쿤스의 '풍선 개(Balloon Dog)'를 위해서는 장난감용 ‘요술 풍선’을 활용했다.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Brillo Box)'의 경우, 한국 브랜드의 상자 패키지를 재가공해 지역적 특색을 녹여내기도 했다.

일상적인 사물로 예술 작품을 만든 건 그가 처음은 아니다. 마르셀 뒤샹은 공장에서 생산된 소변기를, 워홀은 통조림 캔을, 카텔란은 바나나와 테이프를 사용했다. 

 

 

▲ 테무에서 구입한 재료로 만든 남다현 작가의 재해석 작품

 

차이점은 '재료를 어디서 구하느냐'에 있다. 약 한 세기 전 작가들이 철물점과 슈퍼마켓을 뒤졌다면, 남 작가는 애플리케이션을 누른다.

테무는 전 세계 예술가와 공예가들에게 재료와 도구의 보고가 되고 있다. 스웨덴의 사진작가 마틴 팜(Martin Palm)은 테무에서 찾은 부품으로 ‘디오라마 세트’를 제작하고, 이탈리아의 예술 전공생 제르마나 자퀸타(Germana Giaquinta)는 테무에서 구한 도구로 커스텀 주얼리를 만들기도 했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예술


3월 9일, 남 작가는 IBK기업은행의 신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인 'IBK 아트스테이션' 행사를 통해 '초특가展(Limited Time Only! Super Sales Event!)'이라는 개인전을 열었다. 건물 본점 로비를 활용한 넓은 전시장에는 테무에서 구한 제품으로 만든 기존작들과 더불어,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로봇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은 3m 높이의 신작 '로봇 K-소비자(Robot K-Consumer)' 등이 포함됐다. 관객들은 어딘가 익숙한 작품들을 꼼꼼히 둘러보며, 미소짓기도 하며 기념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남 작가는 앞으로도 테무를 비롯한 플랫폼에서 재료를 수급하며 국내외 전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에게 미술관 벽에 걸린 유명 작가의 '이름값'은 결코 본질이 아니다.


남 작가는 "작품을 누가 만들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관객이 작품을 보았을 때 무엇을 느끼느냐가 중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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