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벗기려 토치 사용···완도 냉동창고 화재 수사 속도

김현종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4-13 16: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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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작업자 실화 혐의 검토
화재 발생하자 빠져나와 신고
소방관 사망책임 묻긴 어려워

[완도=김현종 기자] 전남 완도경찰서는 완도군의 한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사고 경위 파악을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화재는 지난 12일 오전 8시 25분쯤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 가공업체에서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7명은 1차 진압을 마친 뒤 외부로 철수했으나, 이후 다시 발생한 연기를 확인하고 내부로 재진입했다.

하지만 2차 진입 직후 화염과 연기가 급격히 확산되며 대피 지시가 내려졌고, 이 과정에서 대원 2명이 고립돼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경찰은 화재 발생 직전 냉동창고 내부에서 바닥 에폭시 페인트 작업을 한 60대 김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어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과 냉동창고 건물주 등 4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화재 전후 상황을 확인했다.

동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과학수사대, 소방 화재조사팀 등 22명이 참여한 합동 감식도 진행됐다.

경찰은 김씨가 바닥 페인트 제거 과정에서 토치를 사용했다는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준공된 지 약 20년 된 냉동창고 바닥은 기존 에폭시 페인트가 갈라지거나 벗겨진 상태로, 이를 정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따르면 작업자들은 에폭시를 물리적으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제거하다가 남은 부분을 토치로 가열해 제거한 것 파악됐으며, 이 과정에서 불이 시작된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후 김씨는 현장을 빠져나와 소방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에게 실화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실화 혐의는 고의가 아닌 과실로 화재를 낸 경우 적용되며, 과실 입증이 핵심이다. 특히 가연성 물질인 에폭시 작업 과정에서 화기 사용이 엄격히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실 입증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화재 진압 중 숨진 소방대원 2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직접적인 형사 책임을 묻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경찰은 화재 발생과 진압 과정에서의 고립 사고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사실관계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김씨와 함께 바닥 공사를 진행한 동료 작업자 등을 추가로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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