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대학의 “Forgiveness Project”의 창설멤버이며 베스트셀러 북 “Forgive for Good” 와 최근 발간된 “Forgive for Love”의 저자 프레드 러스킨 박사에 의하면 열명 중 한 사람이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참가자중 용서를 함으로서, 70%가 심리적인 고통으로부터 그리고 27%는 신체적인 통증의 완화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 상대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에 틀림없다. 용서하는 마음이 가져다 주는 의미에 대해 나름 정리하여 지면에 옮겨 보고자 한다.
많은 이가 자신의 상처를 감추고 살아가지만 동시에 용서하지 못하는 일로 인해 괴로워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때마다 여지 없이 찾아오는 괴로운 과거, 이로 인해 더욱 미움과 증오는 깊어지고 심할 경우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같은 고통으로 인해 병들어가는 자신을 미처 발견 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용서를 못해서 오는 증상은 경우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우울증, 불면증, 대인기피증, 자살충동, 화병과 같은 심리적인 증세뿐 아니라 두통, 근육통, 소화불량, 만성피로는 물론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이미 잘 알려진 상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부분이 바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오히려 위 증상들의 당사자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용서란 종교적인 차원 또는 윤리적인 차원에서 많이 거론 되어 왔다.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내밀어라” 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용서란 피해자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희생을 요구한다. 피해자의 희생으로부터 동반되는 연민의 정을 통해 가해자의 인간애를 자극하려는 시도는 고도의 철학적인 심리전략이라고 볼 수는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을 잃게 되는 부분이다.
어쨌든 원인제공이 가해자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로 인한 1차 충격뿐 아니라 후유증까지도 피해자의 몫이라니? 종교적 그리고 철학적 의미의 용서가 오히려 용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용서를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후유증이 오히려 피해를 가중 시킬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는 우리가 종교적 또는 철학적인 이유만으로는 실행 하기 힘들었던 용서의 부담을 대폭 줄여 주는 듯 하다. 대부분의 감정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자신을 위한 용서라는 자위적인 해석은 종교적 또는 철학적인 이유만으로는 힘들었던 용서를 보다 쉽게 만들어 주는 명분을 주게 되는 것이다.
러스킨 박사는 용서를 하지 못하고 마음에 두게 되는 원인을 세가지 정도로 분류 하고 있다. 첫째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확대 해석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모두 개인적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객관적이기 보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둘째는 모든 원인 제공에 대한 원망을 상대방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일방적인 원망은 용서에서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자비심의 결여를 가져온다. 셋째로는 다른 이에게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설명 하고 정당화 하는 과정에서 아픈 곳을 강조하게 되며 스스로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결국 상처가 아물어야 할 시기에 오히려 더욱더 끓어 오르는 분노를 경험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 들은 흔히 발생하는 매우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오히려 이런 반응들을 통해 도움을 주는 해결책 9가지를 제시 하게 되는데 한 번 살펴보자. 첫째, 벌어진 상황을 수긍한다. 둘째, 내 자신을 위해 용서하리란 결심을 한다. 셋째, 내가 원하는 것이 화해가 아니라 내자신의 평안을 위해서임을 확인한다. 넷째, 내 상처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다섯째, 심리적인 고통과 신체적인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다.(운동, 컨설팅, 치료등) 여섯째, 남들이 나의 보상을 위해 희생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린다. 일곱째, 나쁜 기억을 반복해서 상기하지 말고 즐겁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 여덟째, 용서란 파워풀한 자신만의 능력이며 잘사는 것이 최상의 복수임을 상기한다. 아홉째, 멋지게 용서하는 모습으로 상황을 재정리 한다.
러스킨 박사가 제시하는 방법들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바이다. 그리고 용서가 가져다 주는 자위적인 의미를 보다 큰 차원에서 개인에 머물지 않고 국가적인 수준으로 확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급속도로 이루어내며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계층간의 갈등과 이념간의 갈등을 앞서 언급한 용서라는 의미로 풀어가려 한다면 너무 심한 비약이 될까?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직 하나, 그것은 실패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다’ 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책 “연금술사”에 나온 문구가 떠오른다. 용서하는 마음으로 갖게 되는 마음의 연금술이 미움과 증오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비극을 치료하고 피해의식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상처를 포근하게 감싸 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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