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으로 시작한 술과 담배는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뇌손상 등 평생 짊어져야 할 장애를 가져온다.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처벌위주의 대책보다 흡연·음주를 예방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흡연·음주실태와 이에 대한 예방대책을 살펴본다.
◆흡연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별세를 계기로 전국에 금연열풍이 확산되고 있지만 중·고교생들의 흡연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 초·중·고교생 3245명을 대상으로 지난 6∼7월 흡연실태를 조사한 결과 흡연율이 주춤했지만 여전히 한국 청소년 흡연율은 세계 2위에 이른다.
성장기 청소년들이 흡연을 시작하면 비흡연자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10배 가량 증가한다. 또 골밀도가 비흡연자보다 월등히 낮아 성장이 지연되기도 한다. 호기심과 멋, 친구를 따라 시작한 흡연이 평생 짊어져야 할 장애를 가져오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경기도의 한 정보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조모군이 ‘청소년 금연을 위해 서약서나 징계보다는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 눈길을 끌었다.
즉 청소년들의 ‘흡연아지트’로 알려진 화장실을 교사들에게 전면 공개함으로써 청소년 흡연을 원천봉쇄하자는 것이다. 조군을 비롯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의 처벌위주의 금연대책이 실효성을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재영군(19)은 “기습적 가방검사나 화장실 순례, 비디오 교육자료 시청 등은 형식적”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금연대책의 효과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5일 인천생활과학고등학교에서는 내년 신입생 입학요강에 흡연학생의 입학을 제한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는 지난달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이 각 대학 총장들과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주장한 비흡연학생의 대학입시 우대방안이 현실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직장인 박모씨는 “담배는 엄연히 기호식품이다. 학생들의 흡연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데 이같은 방안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금연방안들을 살펴본 결과 흡연청소년에게 금연을 강요하기보다는 흡연시작을 막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금연우수사례로 선정한 강남구 보건소의 ‘청소년 금연생활실천사업’을 통해 청소년 흡연예방책에 대해 살펴본다.
◆음주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과 함께 청소년 음주량도 세계 최고수준이다. 지난해 세계건강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96년 세계 각국의 음주소비량 조사에서 우리나라 15세 이상 국민의 순수알코올 소비량은 14.4ℓ로 슬로베니아(15.15ℓ)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술문화에 관대한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음주문제와 이로 인한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성장기 청소년들의 음주는 판단력·기억력 감퇴는 물론 절도, 폭행, 성범죄, 약물중독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래와 어울리기 위해, 어른스럽게 보이기 위해 시작한 음주는 이제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97년 제정된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알코올음료 구매연령이 18세 이상으로 제한됐지만 지난 2000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의 75.7%가 음주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음주를 막기 위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본인의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술을 마실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자신이다. 친구들로부터 음주를 강요받을 때에는 상황을 피해나가려는 의지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알콜클리닉센터가 중·고교생 658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음주의 책임을 조사한 결과 ‘돈을 벌기 위해 청소년보호법을 무시한 업주의 잘못’이 20.2%로 가장 많았고 ‘청소년과 업주 모두의 잘못’ 19.8%, ‘학생들이 신분에 어긋나게 술을 마신 것’ 15.7%, ‘학생들의 놀이장소 부족’ 11.7%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으로도 청소년들의 음주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청소년의 음주를 막는 것보다 술을 자제하거나 예방하는 측면에서 금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술이 습관으로 형성되면 의지가 굳다 하더라도 좀처럼 끊기 힘들고 재발이 잦기 때문이다. 음주습관이 굳어져 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 ‘담배와 술은 나쁜 것이니 시작하지 말라’고 다그치기보다 초등학교 때부터 ‘술·담배를 비롯한 약물들은 위험하고 무익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서초구가 발표한 민-학-연-가정 합동 ‘청소년 절주(節酒)사업’이 앞으로 청소년 음주예방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모범사례
?강남구 금연실천사업
보건복지부의 건강증진사업 기관으로 선정된 강남구 보건소는 ‘담배연기 없는 우리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청소년 금연분위기를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의 흡연 평균연령(16.28세)을 높이고 흡연율(16.5%)을 낮추기 위해 관내 학교를 중심으로 예방차원의 금연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김용세 보건지도과장은 “현재 각 자치구의 청소년 대상 금연교육은 산발적이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체계적인 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올해 말까지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이정열 교수팀과 함께 관내 모든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흡연실태를 조사한 후 향후 금연사업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보건소 태스크포스팀, 민간전문인팀, 금연실천사업자문단 등 전문인력을 보충하는 한편 생애주기별 금연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 금연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청소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금연학교 수료시 봉사점수를 부여하거나 상금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김 과장은 “내년 11월 모든 사업을 마무리하면 각 지방자치단체에 청소년 금연대책의 모델을 제시하는 청소년금연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초구 청소년 절주사업
강남구의 청소년 금연생활실천사업과 함께 보건복지부의 건강증진사업 기관으로 선정된 서초구 보건소의 ‘청소년 절주사업’은 금주가 아닌 ‘절제’를 목표로 한다. 술을 끊도록 강요하기보다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끊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초구 보건소는 “국립서울정신병원의 98년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알코올 남용이 일반인에 두배인 15.5%로 나타나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음주 동기가 또래집단, 부모의 역할 부족, 관대한 술문화 등에 있다고 보고 학교-가정-지역사회가 연계한 음주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사업1차년도에는 교육청과 공조체계를 구축한 후 관내 27개 중·고교의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청소년-교사-학부모-지역사회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특히 청소년 프로그램은 카톨릭대학교 부속강남성모병원의 도움으로 청소년 음주위험군으로 선별된 학생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구는 청소년 스스로 음주예방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음주예방 지킴이’를 양성하기로 했다.
최종식 보건지도과장은 “전국 최초로 민-관-연-가정이 합동을 실시하는 청소년 절주사업은 앞으로 올바른 음주문화·예절을 확산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선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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