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비리 막으려면 정당 공천제 폐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9-22 14: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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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강력 건의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4명 중 1명꼴로 수뢰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검 중수부(부장 김종빈)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 16명과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 232명 등 전체 지방자치단체장 248명 중 59명이 선거법 위반을 제외한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건설이권 대가 등 수뢰 혐의(뇌물수수 또는 알선수재)로 기소된 단체장이 무려 55명으로 단체장 4명 중 1명 꼴이다. 나머지 4명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기타 혐의가 각 2명씩이었다.

59명 중 43명은 이미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현재 임창열 전 경기지사, 최기선 전 인천시장 등 전직 광역단체장 6명을 포함한 16명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 16명 중 14명은 건축허가와 공사 수주 등 건설 이권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실제로 이헌진 전 인천 계양구청장은 아파트 건축사업 승인과 관련해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

전문가들은 단체장 선거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반면 현실적인 선거자금 모금 루트가 없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또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데도 단체장은 국회의원처럼 후원회를 열 수 없는 등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는 방법이 차단돼 있다.

이 때문에 단체장 후보들이 권한을 이용, 선거 때마다 업자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다시 이권이라는 반대급부로 되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모 단체장들은 “자신의 돈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단체장 전원이 잠재적 범법자"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지역 모 구청장은 한달에 1000만원을 넘게 쓴다고 토로했다. 정당공천제가 있기 때문에 갑을 두개 지구당에 당비도 내야 한다. 당비는 한 지구당별로 각 50만원씩 100만원이나 된다. 이 외에도 지구당의 단합대회 등 각종 명목으로 지출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당 공천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이런 비용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단체장들의 고민이다.

게다가 각종 경조사비와 관내 관변단체 및 학부모회에 내는 찬조금도 엄청나다. 월 평균 500만원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현행법에 따르면 후원회를 조직할 수조차 없다.

선관위 관계자도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는 후원회를 열 수가 없는 등 정치자금 조달 통로가 막혀 있어 돈이 필요한 단체장은 당연히 주변 사람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돈이 나올 곳은 없고, 쓸 곳은 많은데 따른 필연적 결과가 단체장들의 구속사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돈 안드는 선거 등의 근본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단체장 무더기 구속 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공동회장단 모임을 갖고 국회의원에 비해 자치단체장의 활동을 크게 규제하는 지방선거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을 행정자치부에 공식 건의키로했다.

지난 11일 이들이 건의한 정책 개선안은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 배제 ▲자치단체장 공직사퇴 시한 조정 ▲자치단체장 후원회제 도입 ▲자치단체장 연임 철폐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청구 징계제 도입 반대 ▲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도입 ▲교부세법정교부율 인상 ▲지자체 파산제 도입 반대 ▲선거직 공무원에 대한 공무원 연금대상 포함 등 9개항이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 배제와 자치단체장 후원회 도입이다.

경기도 모 시장은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지 않고서는 돈 안쓰는 선거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체장이 지구당에 계속 당비를 내야 할 것"이라며 “단체장의 범법 행위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단체장들에게도 국회의원과 같은 후원회를 허용하면 단체장들이 이권에 개입하는 행위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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