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아침을 이렇게 바쁘게 보내다 보면 업무시작부터 파김치가 돼버린다”면서 “어린이집만이라도 집 근처에 있으면 좋을 텐데 다른 동네로 데려다 주다보니 더 바쁜 것 같다”고 맞벌이 부부의 애로점을 토로했다.
◆보육시설의 종류와 서울시 구립 어린이집 현황
국내 보육사업의 시작은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된 60년대로 갈수록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하면서 자녀양육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면서 정부 중요정책이 되고 있다.
보육시설은 인원수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21명 이상을 보육하는 시설은 ‘어린이집’이라 하고 5명이상 20명 이하를 보육하는 곳은 ‘놀이방’이라 부른다. 또 운영주체에 따라 국공립(구립), 민간, 직장, 놀이방으로 구분되고 운영특징에 따라 방과후, 영아 전담, 장애아전담, 야간, 24시간 보육시설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구립과 민간 어린이집은 0세부터 5세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기본운영시간은 오전 7시30분∼ 오후 7시 30분으로 동일하지만 보육료의 차이가 있어 대체로 주민들은 보육료가 저렴한 구립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맞벌이나 저소득층이므로 빠듯한 살림에 높은 보육료가 부담스럽기 때문.
서울시 2002년 보육료를 보면 2세 미만의 경우 구립은 20만6000원이나 민간은 33만8000으로 민간이 13만2000원정도 비싸며 3세 이상의 경우는 구립 11만6000원, 민간 16만5000원으로 4만9000원이 차이 난다. 야간 또는 24시간 보육을 하는 경우에는 야간보육료는 일반 보육료의 120%를 24시간 보육은 일반보육료의 150%를 적용하고 방과후 교실은 3세 이상 유아보육단가의 50%를 적용한다.
구립 어린이집을 포함한 보육시설 자체가 맞벌이, 저소득 가정을 위한 시설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수급자, 편부모 가정 등의 아동들은 보육료를 면제받으며 기타 저소득층과 두자녀보육가정의 경우 보육료를 감면해 준다.
현재 서울시내 각 자치구에 설립된 구립 어린이집 수는 방과후 교실을 포함해 554개로 4만6547명의 어린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별로 보면 522개 동 가운데 92개 동에 구립어린이집이 없어 이들 동의 아이들은 인근 동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육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의 과도기
부모가 직장생활등의 문제로 자신의 아이를 직접 보호하기 어려워 보육시설을 찾기는 하지만 최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아감에 따라 보육시설에 다양한 교육을 요구하는 학무모들이 늘고 있다. 영어학원, 미술학원, 스포츠센터 등 아이들의 조기교육이 과할 정도로 늘어나자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여러 곳에 보내는 것보다는 어린이집에서 이 같은 특기교육을 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 보육교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다양한 연령과 저소득부터 중산층까지의 아이들을 보육하는 보육시설로는 학부모들의 이 같은 만족을 모두 충족시키기에는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연초 결정된 보육료 외에 일체의 보육료를 더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전문강사를 채용해야하는 특기교육진행이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구립 어린이집들은 각 자치구보육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특기교육비, 현장학습비 등 꼭 필요한 일부 교육비들을 수납하고 있다.
또 모든 학부모들이 특기교육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의 구립 어린이집 이용자들은 보육료 조차 부담스러운 형편으로 특기교육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추가 비용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립 어린이집들은 학부모 설문조사를 거쳐 특기교육 과목 수를 정하거나 자체 교사를 활용해 교육을 하기도 한다.
양천구 손인숙 보육시설 담당자는 “구립 어린이집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다보면 대체로 현 교육체제에 만족은 하지만 특기교육을 요구하는 추세”라며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주민들은 정부가 특기교육료도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육시간도 직장여성들이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자 최근에는 야간 보육시설, 주말에만 데려가는 24시간 보육시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런 특수보육시설을 운영해야 하는 어린이집은 야간에 근무하려는 보육교사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돌봄을 받아야할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지 않다는 반응이다.
광진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으로 가고 난 뒤에도 우두커니 남아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 과연 어린이집이 아이를 위한 곳인지 부모를 위한 곳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부모들이 일정정도 아이들 양육을 직접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및 각 자치구의 정책
최근 서울시는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좋은 교육을 제공해 주기 위해 2006년까지 서울시내 각 동마다 구립 어린이집이 한 개 이상 되도록 어린이집 건립 목표를 세우고 우선 저소득층 밀집지역부터 건립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방과후 교실, 야간·24시간 보육시설 등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잦은 야근과 박봉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에 있는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위해 매월 10만원 정도의 연구수당을 지급하고 야간전담 보육교사에 대해 일일 1만2000원의 야간수당을 지급할 방침이다.
아울러 자치구들도 어린이집 질적 향상을 위해 연구교재비 지원, 종사자교육, 어린이집 평가 등을 실시하고 있다. 강남구 구립 어린이집 담당자는 “교사의 질적 수준이 높은 만큼 어린이집 교육수준도 올라가기 때문에 보육교사 처우개선을 위한 지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전영옥 서울시보육시설연합회 부회장
“보육사업은 여성복지정책 차원이 아닌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사업으로 가야합니다”
서울시보육시설연합회 부회장 및 양천구립어린이집 회장을 맡고 있으며 양천구 은행정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전 영옥(全永玉·49) 원장은 비록 보육시설이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위해 생기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기본 12시간 외에 야간이나 24시간동안 맡아줄 어린이집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부모의 돌봄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에 장시간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것은 정서적으로 좋지 않을뿐더러 야간보육을 원하는 교사가 없어서 운영 면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정부에서는 직장여성들을 위해 야간이나 24시간 보육시설을 확충한다고 하지만 정작 이를 실행할 어린이집 측에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한다.
민간 어린이집보다는 구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가 급여등에 있어 낳은 편이기는 하지만 보육교사 근무시간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여서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어려운데다 야간보육을 위한 당직을 종종 서야하는 등 여전히 근무환경은 열악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야간 보육의 경우 야간만 전담하는 대체교사를 고용해야하는데 여성이 대부분인 교사들은 위험한 야간근무를 꺼린다고 한다.
또 전 회장은 “12시간씩 보육시설에 맡겨졌다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가고 다시 아침에 일찍 어린이집으로 와야 하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부모가 밤늦게까지 안 와서 기다리는 아이들, 아예 주말만 집에 가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다”면서 “이제는 부모를 위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보육사업이 아닌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보육사업이 돼야 한다”며 직장여성들을 위한 근무조건을 완화해 부모가 아이들을 어느 정도는 직접 양육할 수 있는 제도마련을 제안했다.
아울러 전 회장은 최근 우리나라 여성 출산율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을 감안해 영유아들이 감속할 것이므로 현재 부족한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단기적 대책도 필요하지만 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애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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