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3대 광역 행정통합 특별법안에 대해 지역 의회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졸속 추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민간 특혜 종합세트”라며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실련은 이날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광주, 충남·대전, 대구·경북을 통합하는 3대 행정통합 특별법안에서 자체 평가한 99개 항목의 ‘독소조항’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우선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권한과 사무를 통합특별시로 이관하도록 규정한 법안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자치분권 강화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방의회나 시민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하고 단체장 1인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과 관련된 특혜 조항을 지목해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시 단체장 승인으로 41개 국가법령의 인허가를 일괄처리한 것으로 간주해 특혜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발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등 민간 개발업자가 부담해야 할 부담금을 전면 면제 혹은 감면하도록 한 데 대해서도 “난개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시민에게 전가하는 독소조항”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토지를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최장 60년간 민간에 임대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면서 “심각한 부정부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이전에 조례입법권 강화, 지방세 확충 등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주민의 실질적 참여와 공론화를 위해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안처리 과정에 대한 야당 단체장의 반감도 적지 않아 보인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법안은 자치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담지 못한 빈 껍데기 법안”이라며 “법안을 폐기하고 다시 제대로 된 통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통합은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문제가 아니라 재정과 권한 이양을 통해 시·도민 삶의 질을 높이는 국가 대개조 사업”이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어 “1년 반 동안 준비한 (통합)안을 배제한 채 졸속 추진하다가 중단한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며 “그동안 원하는 법안은 모두 통과시켜 놓고, 통합법만 보류한 뒤 (야당에)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지사는 “대통령이 제시한 재정 이양 비율(35%)도 명문화되지 않았고, 권한 이양 역시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에 그쳤다”고 지적하면서 “재정과 권한 보장이 없는 통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은 선거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국회에 여야 동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중앙정부도 범정부 차원의 추진기구를 만들어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추진돼 통합될 경우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민주당 발 '대전충남 행정통합법안‘은)폐기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날 대전시청에서 시정 브리핑을 열고 “대전 시민의 이익을 최대한 지켜야 될 도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에 어제 국회 법사위에서 대전ㆍ충남 행정통합법안을 보류시킨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전과 충남이 실현하고자 하는 통합은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된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는데 있다”면서 “통합도시는 우리가 일굴 수 있도록 자치재정권과 조직, 사무권한 등을 대폭 이양받아 지역의 문제는 우리 지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 마련이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혼란을 겪었을 공직자들이 우려했던 상황을 면밀히 검토했어야 했다”며 “시는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서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조국혁신당 등 진보 성향 4개 정당은 “현행 선거제도에서 ‘행정통합법’이 통과되면 지방정치는 권력 독점과 민의왜곡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정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를 만나 ▲3~5인 중대선거구제 도입 ▲비례대표 30% 이상 확대 ▲연동형 비례제 안착 등을 요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원내대표는 “더 풍부하고 단단한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확신하고 상당 부분 공감한다”고 하면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전날 국회를 통과한 광주·전남 행정통합특별법은 새로 출범하는 통합특별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는 한편 이에 따른 국가의 재정 지원과 교육자치 등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역의 반대 여론을 이유로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법에 대한 법사위 처리를 독단으로 보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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