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 모자라 탄피ㆍ놋그릇까지 사용"

민장홍 기자 / / 기사승인 : 2010-03-29 17:15:3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제작관계자등 7명 찾아 생생한 증언 밝혀... 청동색 내려 페인트ㆍ동분 섞어 칠하기도 [시민일보] 서울시가 40여 년 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에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의 건립 참여자를 찾았다.

서울시는 지난달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에 참여했던 조각가와 기술자 등을 찾아 나선 최근 동상 제작에 직접 참여한 6명과 관련이 있는 1명을 찾았다고 29일 밝혔다.

동상 건립 당시 참여했던 사람을 찾는다는 보도 뒤 모두 22건의 제보전화가 시청으로 걸려왔고, 이중 대부분은 동상 제작 참여자의 주변 사람들이거나 점토조각, 주물작업 등 동상제작에 관련된 사람들이다.

성수동에서 공업사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이순신 장군 동상 주조를 맡았다던 길희숙씨(56)는 오래된 흑백 사진 여러 장을 보여주며 당시 동상 제작을 위해 애쓰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길씨는 "공장 앞마당은 트럭으로 실어 온 포탄껍질, 놋그릇, 고물상 수집품 등으로 산더미처럼 가득이었다"며 "아버지는 몇날 며칠 동안 밤새도록 불을 지펴 쇳물을 만들었고, 가끔 탄피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길씨의 아버지 길광춘씨는 당시 대형 동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자재, 공장 등을 갖고 있던 외삼촌에게 주물 도구를 넘겨받아 동상 주조의 맥을 이어나갔다.

길씨 아버지의 공장에서 주조기술자로 일했던 김주남씨(65)와 류용규씨(63)는 주조작업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

동상의 주재료인 청동은 구리와 주석 등의 재료를 일정비율 배합해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경제 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구리 공급이 어려워 처음에는 국방부에서 공수해 온 탄피를 사용했다고 한다.

열악한 상황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몇 번의 주조 작업 과정에서 주물이 제대로 주입되지 않아 탄피를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해체된 선박에서 나온 엔진과 놋그릇, 놋숟가락과 같은 일반 고철 등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마저도 양이 모자라 한 번에 주물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재료가 조달 되는대로 작업을 하다 보니 동상 재질과 두께가 고르지 못했다.

색상도 균일하지 않아 청동 고유의 색을 내지 못했다. 작가가 선정한 색상인 짙은 청록색을 내기 위해 페인트와 동분을 섞어 표면을 칠했다.

모두 6조각으로 나뉜 동상 몸체를 결합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결합과정에서 이음부위는 전기용접을 해야만 했는데 동상재료와 동일한 성분의 용접봉을 만드는 기술이 없었다.

구리 용접봉을 구하기 위해 수소문 끝에 부산의 미군부대에서 넉넉하진 않지만 어렵게 용접봉을 구해와 용접을 했다.

이 때문에 동상 외부는 전체를 용접했지만 내부는 군데군데 밖에 하지 못해 현재 이순신 장군 동상의 군데군데 균열이 생긴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동상 제작에 참여했던 주물기술자 3명은 현재 고인이 돼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동상 건립을 추진한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에서 실무를 맡았던 한교택씨(80)는 주물기술자 3명과 함께 일본으로 견학을 다녀 온 얘기를 들려줬다.

한씨는 "당시 국내엔 제대로 주조된 동상이 없었던 상태여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주조작업은 침체기였다"며 "주최 측의 배려로 주조기술자 3명을 데리고 일본으로 1개월간 견학을 다녀왔었다"고 밝혔다.

일본의 주조방법도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낯설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견학을 통해 주물 배합 및 주조 방법 등 일부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2년간의 진통과 산고 끝에 마침내 동양 최대 규모의 동상이 완성됐다. 1968년 4월27일 광화문사거리에서는 동상 제막식이 거행됐다.

시는 동상 제작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점토조각, 주물작업 등 동상제작에 직접 참여했거나 관련된 7명을 초대해 자문위원들과 토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시는 참여자로부터 기증 받은 기록물, 사진, 영상물 등 소장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 자료를 토대로 원형에 가깝도록 보수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이순신장군 동상 보수 작업은 자문위원 및 참여자 의견을 종합해 일반적인 단순 보수가 아닌, 근원적인 보수 방안 수립하겠다"며 "이를 위해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연구하고 검토해 천년을 지켜낼 수 있는 건강한 이순신장군 동상으로 재탄생시켜 후손들에게 물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용혁 기자[email protected]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