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 장애인 ‘면사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7-27 17:31:19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유별난’노원구민 덕분 지난 27일 오후 12시30분 노원구 하계1동 북부노인복지관 강당. 정신장애 2급 조면식씨(54)가 늦깍이 장가를 가는 탓인지 얼굴에 땀이 비오듯 흐르면서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하얀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채금선씨(46)가 결혼행진곡에 맞춰 들어오자 이내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신부 채씨도 신랑 조씨와 마찬가지로 정신지체 1급 장애인.

노원구 보건소가 장애인들을 위해 사회복귀훈련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주간 재활프로그램에서 만난 지 7개월 만이다.

정신장애 1급인 이들은 “결혼이란 건 꿈도 못꿨는데 감개무량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의 행복 뒤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부녀회장 강신자씨(58)가 있었다. 강씨는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로 어렵게 혼자 살아가는 조씨를 종종 찾아가 집안 청소는 물론 김치도 담가주는 등 동생처럼 돌봐주었다.

강씨는 “조씨 집을 방문할 때 가끔가다 채씨가 들르는 것을 봤다”며 “서로 좋아하는 것 같아 평소 잘 아는 주민들과 의논해 결혼식을 올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에게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결혼비용이 문제였다. 한 두 푼도 아닌 금액을 폐품을 모아 판매한 기금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씨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아는 강씨는 하계1동 부녀회원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조씨의 애틋한 사연을 들은 주민들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금했다.

이 돈으로 새 이불과 신부한복, 신랑 구두를 마련하고 피로연에 하객들에게 제공할 김치, 국수 등의 음식을 준비했다.

그런가하면 하계1동사무소는 쌀 2가마와 음료수를 제공했고 농협에서는 신부가 입을 웨딩드레스를, 삼일교회에서는 결혼기념 반지와 음식을 마련하는 등 두사람을 위한 주민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노원구도 이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정성스런 선물을 전달했다.

부녀회장 강씨는 “신랑신부 둘다 너무 착해 행복하게 살라고 머리를 올려주기로 마음먹었다”며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면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태욱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