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월드컵 분위기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경제분야는 벌써부터 월드컵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4일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있던 부산과 광주의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월드컵 기념상품 매장에는 붉은악마 티셔츠와 로고가 새겨진 응원타월, 축구공, 썬캡 등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경기장에서 쓰는 ‘썬캡’도 4일 하루동안 60∼70개가 팔리고 한국팀 유니폼이나 응원단 티셔츠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월드컵 경기의 역사적 장면을 생생히 관람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디지털 캠코더, 디지털TV, 차량용 액정TV 등 판매업체들도 월드컵 특수를 맞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전매장에는 대형 TV를 구입하려는 레스토랑 등 유흥업소나 대형 음식점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40인치 이상 대형 PDP나 프로젝션 TV 등의 매출이 전월에 비해 20∼30% 늘어났다”고 밝혔다.
한편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주변지역 집값도 월드컵을 맞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월드컵 특수로 주변시설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서대문구와 마포구, 은평구의 집값은 5월말 현재 전주대비 0.3%, 0.26%, 0.2%가 각각 올랐다.
■정치·행정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을 활용해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월드컵 기간동안 지구촌 유일 분단국인 우리나라에 이목이 쏠리는 점을 이용해 대북 햇볕정책 홍보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통일부 주도로 ‘sunshine policy(햇볕정책)’라는 팜플릿 2만부를 제작, 인천공항과 전국 10개 주요 경기장, 강남구 삼성동 국제미디어센터 등에 비치해 외국 취재진과 관광객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첫승을 거둠으로써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자 지난 5일 정치권이 임시휴전을 선언했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이날 선대위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늘 하루는 짜증스런 단어를 쓰지 말자”며 단기 휴전을 제의했고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오늘은 축구의 날인만큼 하루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하자”고 화답했다.
한편 서울시 산하 25개 자치구들은 각종 행사 및 축제를 월드컵 기간동안 개최해 세계 속에 구를 널리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용산구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태원관광특구와 용산전자상가에서 ‘문화 페스티벌’을 열어 세계의 민속춤을 선보이는 한편 서대문구는 ‘한조각나눔축제’와 ‘웨딩가구거리축제’, ‘신촌문화축제’를 월드컵 기간동안 잇따라 개최하고 강동구는 매년 10월에 열던 ‘강동선사문화축제’를 월드컵 기간인 오는 21일로 앞당겨 관내 암사동선사주거지를 지구촌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사회·문화
한층 고조된 월드컵 분위기는 경제, 정치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경기도내 각 경찰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증가하는 외국인 날치기 범죄와 달리 가정집 야간침입 절도사건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찰은 “월드컵 시작 이후 각종 범죄, 특히 절도사건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주민들이 일찍 귀가하고 밤늦게까지 축구경기를 시청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월드컵 덕분에 3남매가 헤어진 지 35년만에 상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주 오리건에 사는 정영선씨(60)는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가 지난 67년 헤어진 여동생 명선씨와 남동생 유복씨를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가하면 각종 문화시설이 밀집한 신촌과 홍익대 주변에는 월드컵 기간동안 각종 문화축제가 개최돼 ‘문화월드컵’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2>☞暗
■경제
월드컵 대회가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88년 올림픽 당시 호황을 누리던 이태원 상가는 지난해 9·11 테러로 매출이 급감한 후 월드컵을 통한 경기회복을 기대했지만 매출은 소폭증가에 그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는 “이태원상가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이달 들어 발길이 끊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대문, 동대문 등의 재래시장들도 불황을 맞이하긴 마찬가지다. 상인들은 이같은 불황의 원인을 세계적인 경기불황, 일본인 관광객 급감, 실용적인 유럽관광객 입구, 관계 당국의 무관심 등에 두고 있다.
또한 월드컵 특수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던 특급호텔들도 객실 예약률이 월드컵 전보다 오히려 20∼30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호텔업계에 따르면 평소 90%이상인 특급호텔 객실 예약률이 60∼70%대로 떨어졌으며 특히 16강이 확정되는 오는 15일 이후에는 결승전과 폐막식이 열리는 일본으로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어서 객실 예약률이 사상 최저치인 50∼6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가하면 월드컵을 보러오는 외국인들로 인해 특수의 꿈에 부풀어 있던 인천국제공항내 면세점과 식당가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10만명 가량 예상했던 중국인의 입국이 4만명 정도로 줄어든데다 일본인 입국도 평소 6000명에서 3000명 선으로 50%나 줄었고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도 월드컵 개최 이전보다 무려 4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행정
월드컵 기간과 맞물려 진행되는 6·13지방선거가 월드컵 열기에 파묻혀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6·13선거의 투표율이 사상최저치인 50%대 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지난 2일 전국 282개 선거구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선거구당 평균 500∼600명의 청중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선거후보자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하자 사조직과 공무원을 동원한 탈·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대검 공안부는 지난 6일 전국 검찰청에 비상 근무를 지시, 불법선거운동 감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오히려 선거운동이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표를 깎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분위기도 돌고 있다.
서울 구의원에 출마한 김모씨(38)는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히딩크 감독과 월드컵 얘기 뿐”이라며 “정치나 선거 이야기를 꺼냈다간 찬밥신세 되기 십상”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사회·문화
문화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마련한 대작 공연들은 ‘90분간의 각본없는 드라마’인 축구 열풍에 묻혀 고전하고 있다.
12일 예술의 전당에서 벌어질 로베르토 알라냐와 안젤라 게오르규의 콘서트는 현재 입장권 예매율이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으며 나초 두아토와 스페인 국립무용단 초청공연의 예매상황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월드컵의 영향으로 공연이 부진을 겪는 것은 관객문제가 아니라 공연예술계의 심리적 공황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한림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월드컵 기간 중 한게임 한게임의 결과에 냄비처럼 달아오르는 보도 태도에서 벗어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언론으로서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편 월드컵과 선거의 영향으로 청장년층의 농어촌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는 바람에 농어촌 일손 부족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특히 해마다 농번기면 농촌 일손돕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군인과 공무원들도 올해는 각각 월드컵 축구대회 경비작전과 지방선거 영향으로 지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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