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가게 운동’이란 생활용품을 다시쓰고 바꿔쓰는 생활문화운동.
과소비 문화에 물든 우리 사회에 자원의 재사용의 중요성을 심어준 녹색가게를 찾아가 봤다.<편집자 주>
1일 오후 11시 녹번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위치한 은평녹색가게를 찾은 이정숙씨(50·은평구 갈현동)는 고심 끝에 아들을 위한 운동화를 하나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며칠 전 이곳에서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고 받은 2000원짜리 환경교환권을 건네줬다.
이씨는 “중고용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한 운동화다. 이곳에는 이런 쓸만한 물건이 아주 많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은평녹색가게를 찾은 주부들은 줄잡아 30∼50명에 이른다. 한가한 낮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김미경씨(42·은평구 대조동)는 “가격도 저렴하고 내가 필요 없는 물건들을 내다 파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판매물품은 청바지, 숙녀복 등 각종 의류에서부터 손때묻은 음반과 책,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인형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가격 또한 300원에서부터 1000원까지이며 고급 브랜드나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도 고작해야 3000원으로 상당히 싼 편이다.
은평녹색가게 운영을 맡고 있는 권성철씨는 “녹색가게는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을 다른 사람과 교환함으로써 재활용·재사용을 몸에 익히기 위한 장소”라며 “이러한 활동을 녹색가게 운동이라 부르며 이를 통해 저소득층에게도 소비기회를 줌으로써 소외감을 덜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운동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YMCA는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복지관 등에 협조를 구해 녹색가게 공간을 마련하고 지역주민들 특히 주부들의 손으로 직접 꾸려나가기 위해 자율 운영 및 자원봉사 체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현재 녹색가게는 서울에만 22곳이 들어서 있고 경기도 과천을 비롯해 부산, 인천, 의정부, 용인 등 전국 64곳이 생겨나 지역 주부들의 새로운 생활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녹색가게가 태동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 경기도 과천 주부들과 생활협동조합, YMCA회원들에 의해 이벤트 형태로 개최되던 알뜰장이 YMCA에 의해 사회운동으로서의 의미를 덧입고 때마침 불어온 IMF한파에 힘입어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서울시에도 연쇄반응을 일으켜 97년 YMCA서초지회에 의해 서울시에 처음으로 녹색가게가 선보였다.
녹색가게 운영체계는 매우 간단하다. 집에서 안쓰는 물건을 갖고 나와 판매하고 판매가격대로 환경교환권을 교부받은 후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서 사면되는 것.
얼핏 보기엔 일반 알뜰장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녹색가게는 전문 운영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우선 자원봉사자(판매자)와 비회원인 주민(소비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소비자와 판매자의 올바른 역할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소비행위를 막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한편 자원의 순환을 보며 환경 모니터 활동도 펼치도록 한 것.
또한 YMCA는 녹색가게를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종합공간에서 전문용품을 취급하는 특화된 가게로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 영등포와 구로구에 마련된 녹색가게는 유아용품 전문매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학교안에서 운영중인 녹색가게들도 눈길을 끈다. 현재 경기도 김포중학교와 충남 홍성여중, 서울 서울대학교와 숙명여대, 카톨릭대에 들어선 녹색가게는 학생들의 소비문화를 바꿔 놓고 있다.
학생들의 녹색소비문화를 조성한 녹색가게가 지금까지는 녹색소비자 양성이란 잠재력을 발견한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이를 주민들 생활 속에 확고히 자리잡는 단계이다.
나아가 YMCA는 주부를 중심축으로 녹색소비문화를 더욱 공고할 뿐만 아니라 여성운동가를 배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러한 녹색가게의 운영방침은 과소비문화에 물든 우리에게 교훈을 남기는 한편 녹색사회, 환경보존 사회를 이끌어 가는 첫발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2>▶“아껴써야 자연인 절약 습관화 긴요”
녹색가게 운동 담당 YMCA 김지영씨
“내가 지금 쓰는 물건 또한 자연에서 나온 것이므로 아껴쓰는 습관을 익혀야 합니다”
서울 YMCA 시민사회 개발부에서 녹색가게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김지영씨(金志英·28·사진)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 녹색가게가 탄생한 이유이며 이를 주민들 모두 철학적으로 인식하고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네방네 곳곳에 녹색가게가 들어서 주민들이 생활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YMCA도 이를 위해 주민들의 발길이 잦은 공공기관, 교회, 복지관 등에 녹색가게를 마련하고 운동을 펼치고 있다.
녹색가게 운동의 목적은 바로 절약하고 적게 버리고 재활용하고 재사용함으로써 환경친화적인 소비, 지속가능한 소비를 몸에 익히는 것.
김씨는 녹색소비가 사회적으로 정착되려면 앞으로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교육을 실시해 어릴적부터 습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맞다. 그래서 서울 YMCA에서는 오는 7월부터 전국 10군데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자원순환과정을 직접 체험토록 하는 교육과 아이들이 직접 운영하는 알뜰장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색가게 운동이 공간확보문제 때문에 취지가 퇴색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씨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해준 가게장소는 협소할뿐만 아니라 임대료까지 요구하는 곳도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YMCA는 현재 녹색가게의 운영제도, 이용객 현황, 이용 실태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지차체에 통보함으로써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김씨는 “녹색가게 이용자들간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마찰도 운영의 어려운 점”이라면서 “일부 이용객들이 쓸만한 물건을 싹쓸이해 간 다음 며칠 후 다시 찾아와 그 물건을 다시 판매하고 있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며 녹색소비 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인터뷰를 마칠쯤 김씨는 “녹색소비가 사회 시스템으로 자리잡으려면 각계 각층의 지원이 필요한데 막상 물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들에게 재사용·재활용을 내세운 녹색가게 운동이 곱게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이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YMCA와 주민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황선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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