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상암동월드컵주경기장과 한강을 옆에 끼고 마포와 여의도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하늘공원(월드컵공원의 하나)은 미술품들과 어울려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15년 동안 쓰레기가 쌓였던 난지도다.
다음달 6일까지 열리는 ‘난지도 전’은 지금은 월드컵공원으로 새롭게 거듭난 난지도의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예술로 치유하기 위한 ‘바깥미술회’ 작가들의 설치미술전이다.
1981년 ‘갤러리’라는 한정된 공간을 탈피하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작품들을 창조해 내고자 모인 ‘바깥미술회’의 회원들은 여러 달 동안 난지도를 답사하고 난지도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곳과 가장 어울리는 생태적 자연미술 9점을 만들어 냈다.
가꾸어진 꽃도 아닌 자생적으로 난 풀 속에 설치된 미술품들이 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작품 하나 하나의 설명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나무를 깎아 불을 형상화한 최운영씨의 ‘타오르는 불꽃’ 은 그동안 난지도에 쌓였던 물질문명의 잔재를 태워 버릴 듯 풀 사이에 이글거리고 있다. 그 옆 억새밭에 설치된 최성렬씨의 작품은 ‘생태계의 저항’이라는 주제와 걸맞게 뾰족한 나무들이 억새보다 더 억세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보여준다.
멀리서 보아도 한눈에 들어오는 빨간 기둥들. 정하응씨의 ‘땅의 숨소리’라는 작품이다. 흙을 구어 만든 기둥은 구멍이 뚤려 있어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땅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신 전동화씨의 ‘우리가 만든 피라미드’는 지난 과거에 대한 뼈아픈 기억을 불러온다. 가스로 꿈틀대는 배기관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우리가 서있는 이 공원 불과 60cm 아래에 보이지 않는 문명의 가스가 부글대고 있음을 기억하라는 듯.
하늘공원을 찾는 주민들도 난지도 치유에 동참 할 수 있다. 더렵혀진 땅에 새로운 생명의 싹을 틔우기 위해 방문객들은 항아리의 물을 퍼 주변 풀에 물을 주며 고단했던 땅을 위로한다.
두 아이와 함께 하늘공원을 찾은 김경희(39·불광동)씨는 “변화된 공원을 보러왔는데 미술작품까지 볼 수 있어 이색적”이라면서 “아이들에게도 이 공원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술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기대거나 만지는 사람들로 작품들의 상당수가 파손되기도 했다.
최운영 바깥미술회장은 “작가들이 몇 개월에 걸쳐 만든 작품들이 많이 훼손돼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많은 시민들에게 미술작품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문의 011-9781-1879
/최애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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