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문화공보과 손주영(孫周榮·56·사진)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늦깍이 공무원으로 입사해 한 길을 걷고 있지만 사실 향토사학자란 이름이 더 어울리는 듯했다.
“대학에서 동양미술을 전공하고 그림을 그렸지만 큰아이가 아픈데 의료보험증 하나 없어 고생할 때 버스를 타고 가다 우연히 ‘공무원 35살까지 지원가능’이란 안내문이 눈에 들어와 1980년 34세에 공무원 시험을 봤다”며 아주 우연히 갑작스럽게 공무원이 됐다고 한다.
조금은 다른 길을 가는 듯 했지만 학원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쳐본 그에게 맡겨지는 업무는 우연찮게도 교육업무가 많았다. 그리고 10년 뒤 그에게 향토사학자란 이름을 붙이게 될 큰 사건이 발생했다.
1990년만해도 자치구지(自治區誌)가 있는 곳이 거의 없었던 때 그에게 구지(區誌)를 만들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들어 준다는 말이 있어 찾아갔으나 논·밭에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강서구에 역사가 무엇이 있겠냐며 거절당했다. 그때부터 손씨는 서울대 규장각을 뒤지기 시작했다. “토요일 오후만 되면 규장각으로 달려갔습니다.
대학 때 동양미술을 전공하면서 역사를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강서구에 대한 자료란 자료는 모두 찾아내고 일요일이면 녹음기 하나 들고 산으로, 들로, 골목골목 다니고, 노인정을 다니며 무슨 이야기든 듣고 채록을 했다”며 2년 꼬박이 모은 자료를 분류하고 검증하고 나니 구지의 맥이 형성됐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향토사학도의 길을 걷게 한 것은 ‘새로운 역사의 발견’이었다. 조선시대 대표화가인 겸재 정선이 강서구의 현감으로 있으면 강서·양천지역 풍경을 많이 그렸다는 사실, 국문학 상 최초의 노래인 ‘공무도하가’의 배경이 양화도(현재 영등포구 선유도)였다는 것, 허준 선생이 현 구암공원에 있는 허가바위에서 동의보감을 집필했다는 역사적 사실 발견이 그를 사학에 푹 빠지게 한 것이다. 이러한 향토 문화재에 대한 열정으로 강서구 역사와 민담에 대해 쓴 책(사진)만해도 5권이고 찾아낸 문화재도 8개.
현재 성균관 대학교 유학대학원에서 유교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그는 “문화유산의 젖줄인 한강과 한의학의 선두자였던 허준 선생에 대한 논문만큼은 꼭 써보고 싶다”고 한다.
문화관광팀 한 자리에서 10년 간 근무해 오면서 끊임없이 관내 문화와 역사에 열정을 갖고 연구해오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어느새 그가 문화재를 찾는 공무원을 넘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최애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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