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공무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4-03 18: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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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주민자치과 백승욱씨 용산구 주민자치과 백승욱씨(白承昱·50·사진)는 구청에서는 흔히 ‘난을 캐러 다니는 사나이’로 통한다. 기자와 만난 백씨는 “난을 키우면서 마음의 집착과 욕심을 버리는 법을 배웠다”며 입을 열어 흡사 도인(道人)과 같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86년 우연히 ‘홍화보세’라는 난을 아는 사람으로부터 선물받은 후 난을 좋아하게 됐다는 백씨는 “우선 은은한 난향이 너무 좋았고 옛부터 선비들이 취미생활로 해오던 난가꾸기가 공직에 몸담고 있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르게 됐다”고 난을 키우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자생난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나아가 보급조차 어려웠다. 때문에 대부분의 난 애호가들은 수입난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같은 현실을 바라보던 백씨는 ‘왜 향도 좋고 종류도 많은 우리나라 자생난을 기르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되면서 전국의 산을 돌아다니며 난을 직접 캐기 시작했다.

그는 또 “집안에 앉아서 난을 가꾸는 일보다 직접 산을 찾아가 우리나라 자생난을 캐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다녀온 전국의 산들을 따져보면 순창 포악산, 단영 병풍산, 구례 지리산, 전라남북도 경계선에 있는 방장산, 정읍 고창 두숭산 등 10여곳에 이른다.

“난을 캐러 수많은 산을 다니면서 죽을 고비도 몇 번이나 넘겼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지난 1992년 정읍 고창의 두숭산으로 난을 캐러 갔다가 산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고 있는데 다행히 입관하러 온 장례식차를 만나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고 백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이 죽은 사람을 싣는 차를 타고 살았으니 그리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다”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백씨는 지난 95년 구청 직원들이 결성한 ‘난우회(蘭友會)’ 창단 멤버로서 동료들과 함께 1년에 2번씩 난을 캐고 있으며 답사까지 도맡아 하는 열성 회원이다.

평소 모험심이 강하고 남이 가지않은 ‘가시밭길’을 먼저 디뎌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채란뿐만아니라 수석, 등산, 낚시까지 취미생활로 갖고 있다. “이러한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전국의 산과 바다, 강 등 자연을 따라 다니면서 욕심을 버리고 사는 법을 배우고 살아있는 생명을 통해 맘을 정화시키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가 난을 키우면서 도움을 받은 사람은 한국자생난보전협회 이성보 선생 및 ‘난과생활’ 강법선씨라고 한다. 그는 “이들은 우리나라 자생난 보급에 힘쓴, 난애호가들이 본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인터뷰가 끝날무렵 ‘어떤 물건이든 내것이 되고 나면 소홀해진다’는 철학을 갖고 난을 직접 캐고, 기르면서 취미생활 이상의 삶의 의미까지 배우게 된 그에게 그윽한 난향을 느낄 수 있었다.
/황선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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