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후엔 ‘야학’선생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3-25 17: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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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 총무과 박용준 중랑구청 총무과 박용준씨(44·기능직 9급)는 매일 저녁 퇴근후 어김없이 ‘그곳’으로 향한다.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내리면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붉은색 3층짜리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 바로 ‘상록야학’(동대문구 휘경동)이다.

박씨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외에 야학교사라는 두 번째 직업을 가지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올해까지 10년째 자신이 ‘학생’으로 공부했던 상록야학에서 ‘선생님’으로 국어와 도덕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박씨의 제자들은 10대 근로청소년들도 간간이 섞여있지만 ‘못배운 설움’을 떨치고자 뒤늦게 배움의 길에 나선 40~50대의 만학도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제자를 대하는 박씨의 사랑은 특히 같은 야학출신의 교사이기에 각별하다.

초등학교 졸업학력이 전부였던 그는 지난 89년 상록야학을 다니며 공부를 시작해 고입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고 93년에는 인생의 출발점이었던 이곳에서 교사로 첫발을 내딛었다.

주경야독을 하던 박씨는 이후 94년 서울산업대학교 문예창작과에 합격해 98년 당당히 대학졸업장을 따냈다.

야학을 통해 배우고 익힌 것들을 후배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야학교사를 자원했다는 박씨는 “야학교사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직장보다는 공직을 선택하게 됐다”고 공무원 세계 입문의 동기를 털어놨다.

박씨는 89년 서울시 지방공무원 공개 채용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뒤 중구 태평로 동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지난 94년부터 중랑구에서 교통 및 청소, 운전업무를 담당해 왔다. 개교 26년동안 상록야학이 배출한 학생수만 1000명에 달하고 박씨가 가르친 제자들은 수백명에 이른다. 현재는 만학도 160명이 뒤늦게 배움의 길로 들어서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젊은 시절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40~50대 제자들이 ‘못배운 한’을 풀기위해 야학을 다니며 공부를 하다가 자신의 목표에 미달해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을 볼 때 마음이 가장 아픕니다.”

박씨는 또 “상록야학이 공간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평생교육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특히 40~50대에 맞는 교육방법을 개발하는데 야학교사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태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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