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좋은 ‘주민청구감사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3-02 1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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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도입후 3건 접수…실효성 의문 지방자치 시대의 개막과 함께 시작한 ‘주민청구감사제’가 실제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허울뿐인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취지와 달리 청구요건이 비현실적인데다 그나마 주민참여가 저조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다.

‘주민청구감사제’란 구청의 잘못된 행정처리로 재산상의 불이익을 당한 주민이 직접 구청을 상대로 감사를 요청하고 감사과정을 지켜보도록 한 제도. 지난 2000년 5월부터 각 자치구마다 도입돼 운영되고 있지만 본지의 조사결과, 지금까지 청구된 건수는 고작 3건뿐이었다.

지난해 2월 강동-송파 환경연합 및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모두 5개 단체가 연대해 이유택 송파구청장의 뉴질랜드 방문과 관련해 “관광성 외유로 구 예산을 낭비했다”며 주민 769명의 연대서명을 받아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했다. 제도 도입 이후 주민들이 자치단체장에 대해 감사를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 구청장의 뉴질랜드 방문은 관광성 여행이 아니며 여행경비 등 예산의 집행도 적정하다”고 감사결과를 밝힌바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월 중랑구 주민들이 “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 일부가 주민세금으로 편성된 각종 업무추진비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이를 명명백백히 밝혀 달라”며 감사를 청구해 현재 감사가 진행중이다.

‘주민청구감사제’가 난항을 겪게 된 것은 무엇보다 주민 서명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 감사청구가 받아들여지려면 관내 만 20세 이상 주민 1/50이 연대서명을 해야 한다. 또 각 구마다 총 주민수가 다르기 때문에 청구인원수도 1000명에서 200명으로 무려 5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정부혁신추진위원회는 광역자치단체는 1300명에서 300명 내외로, 기초자치단체는 200명 내외로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서울시에 권고했지만 이마저도 주민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구청의 감사담당관은 “주민들이 감사청구제와 민원의 차이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어 감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청구가 들어와도 인원 미달로 실격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황선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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