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대로냐? 黨利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1-11 13: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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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기간중 치러지는 지방선거 시기 국가 행사의 성공적 수행과 법의 안정성을 지키는 일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올림픽 이상으로 중요한 월드컵 개최기간중 치러지는 지방선거 실시시기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대체적인 국민 여론은 두 가지 행사가 겹쳐서는 안되며, 지방선거 시기를 앞당기든 미루든 이에 대한 결정을 하루빨리 내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는 6월13일의 지방선거 시기를 놓고 고조되고 있는 시기조정 문제를 조명해본다.

여야 정치권의 쟁점은 겉으로 보기에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하지만 저변에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선거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당리당략이 숨어 있다.

민주당은 월드컵이 국가적인 행사라 해도 개최지가 전국 10개 도시에 국한돼 있는 만큼 이를 이유로 전국에서 선거를 앞당겨 실시할 경우 혼란이 예상되며 법의 안정성마저 해치게 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장이 낙선할 경우 월드컵 준비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9일 열린 고문단회의에서도 한나라당의 조기 지방선거 실시 주장이 당리당략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하며 ‘법대로’ 실시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국가적인 행사가 선거로 인해 방해를 받아선 안 된다며 시기를 어떤 형태로든지 조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어 주목된다.

이상수 총무는 사견임을 전제로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선거일을 5월30일쯤으로 앞당기는 게 적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법대로 6월13일 선거를 치를 경우 월드컵 준비와 진행이 순조로울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투표율도 크게 떨어지는 등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과 지방선거 두 가지 모두에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자칫 불상사라도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까 염려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조기 지방선거에 동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만큼 한달 빠른 5월 9일로 선거를 앞당기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재오 총무는 “협상 과정에서 날짜가 약간 달라질 순 있겠지만 월드컵 기간내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민련은 민주당과 비슷한 입장이다.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고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거다.

김학원 총무는 “이제는 우리도 선거를 생활화할 때가 됐다”면서 “월드컵 기간중에 우리의 선거 문화풍토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각 당이 이렇게 겉으로는 그럴 듯한 이유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함께 사안자체를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

우선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갈수록 급전직하하고 있는 민심을 되살리기 위해 월드컵을 최대한 이용할 것이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에 들어갈 경우 여당이 이를 득표전략으로 연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그대로 치를 경우 월드컵 행사 준비에 다소간의 차질이 불가피한데도 지난해 11월부터 이뤄진 여야정치개혁 협상에서는 ‘법대로’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지난해 11월 시작해 연말까지 끝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가동 기간을 2월 말까지 일단 연장했다. 특위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는 틀은 마련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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