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보호서울시협의회와 생태보전시민모임이 지난해 5월 생활 주변의 동네 산49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49곳이 모두 체육시설 설치, 등산로 과다 개설, 경작 등으로 파괴돼 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강서구가 지난해 8월 관내 위치한 ‘봉제산’을 대상으로 생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등산로가 기존보다 크게 넓혀져 있고, 배드민턴장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으며, 산 아래는 물론이고 산 중턱까지 주민들이 불법으로 밭을 일구고 있어 산림훼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 주민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가운데 봉제산 아래 주민들도 ‘봉제산 사랑회’를 구성, 봉제산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실태=봉제산 아래 자리잡고 있는 대일고등학교에서 봉제산으로 향하는 등산로 길을 오르다보면 여러 그루의 아카시아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민 김진양씨(60)는 “봉제산이 벌거벗은 민둥산이 돼 가고 있다”며 “언제부터인가 이 곳이 산인지 공원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본동, 화곡2동 등 6개동에 걸쳐 분포돼 있는 봉제산은 그 규모가 약 969㎡에 이른다. 하지만 무분별한 경작지와 체육시설, 귀화식물 등으로 인해 산림이 많이 훼손돼 있다.
특히 봉제산에 6개나 들어서 있는 배드민턴장은 생태계를 크게 파손시킨다. 과다한 이용압력으로 봉제산을 민둥산으로 만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주위 미관도 크게 해치고 있다.
등산로의 경우 산의 크기와 등산객 수에 비해 폭이 과다하게 넓어져 있는 상태이다. 또 기존 등산로에서 갈래길이 무분별하게 생겨나고 점점 이 길들이 확장되고 있어 산림이 죽고 있으며 비가 올 때는 토사유출이 커 안전에도 위험이 따른다.
봉제산의 심각한 문제 중 또 하나는 주변 주민들이 마음대로 조성해 놓은 불법 경작지다. 강서구에 따르면 봉제산에는 약 1200평 정도의 경작지가 산재해 있다. 전체적으로 주택지 주변 임야를 소규모로 개간해 채소 등을 재배하고 있어 토사유출의 피해와 임야의 훼손이 우려된다.
이와 함께 봉제산에 자생하는 식물 중에는 돼지풀 등 7종의 귀화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귀화식물은 외국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야생에 토착화된 식물을 일컫는데, 자연생태계 속에 들어가 자생식물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 환경파괴 지표식물로 알려져 있다.
◆개선점=배드민턴장은 오래전부터 산 주변 주민들이 자의적으로 만든 것으로 여러곳에 설치돼 있어 봉제산을 민둥산으로 만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녹색강서환경감시단 이학송(49) 위원장은 “이용 빈도가 적은 배드민턴장의 통폐합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봉제산이 전체적으로 등산로의 훼손이 심한 상태인 것에 대해서도 김위원장은 “불필요하게 폭이 넓은 곳은 목책 등으로 통행로를 제한한 후 주변에 알맞은 자생 숙근초를 심어 주민들이 산책을 하며 우리꽃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위원장에 따르면 봉제산에서 증가추세에 있는 귀화식물도 골칫거리다. 그는 “지속적인 관리가 없으면 식생분포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봉제산 봉수대 근처에 위치한 철탑과 송신탑도 큰 문제 중 하나. 특히 철탑은 고압전기가 흐르는 아주 위험한 구조물인데 등산로 옆 2m부근에 위치한 채로 경고문은 잘 보이지도 않고 철조망도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위원장은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동네산에 고압전기가 흐르는 철탑과 송신탑이 안전경고 없이 방치돼 있어 이용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봉제산 살리기 운동=현재 강서구에는 봉제산 아래 주민들이 주축이 된 ‘봉제산 사랑회’가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해 지속적인 모임을 갖고 봉제산의 생태조사를 실시, 봉제산을 앞으로 어떻게 이용하고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가를 논의했다.
또 생태조사를 토대로 중복된 등산로를 폐쇄시키고 봉제산의 생태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샛길을 메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봉제산 주변의 등촌, 등서, 신곡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봉제산사랑문예대회’를 개최해 그림그리기, 글짓기 등을 펼치고 미래의 봉제산 주인인 어린이들이 봉제산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올해에는 새집을 달아 새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나무이름표와 안내간판을 세워 이용주민들에게 봉제산의 생태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강서구청은 이달말까지 봉제산 뿐 아니라 개화산, 수명산 등 관내 임야에 불법으로 조성한 경작지 현황을 파악해 조사자료를 근거로 토지소유자에게 원상복구 지시를 내리고, 불법 경작지를 사방사업지로 지정해 수목을 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강서구청 환경위생과 김미란씨(여)는 “동네산 일부가 사유지로 돼 있어 배드민턴장이나 경작지를 조성한 주민들에게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며 주민들의 자율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정수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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