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는 호남 출신이 무려 29% 가까이나 된다. 예전부터 호남성향이 강해 평민당 당시 확실한 야당텃밭으로 분류됐던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유권자들의 의식이 성숙해지면서 당보다는 인물과 정책위주로 투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4개 시의원 선거구 전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싹쓸이’ 형국을 보인 반면 4.13총선에서는 갑·을 지구당 위원장들이 모두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패배했다. 또 은평구 유권자들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 대체로 배타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다. 실례로 지난 4.26 재·보선에서 지역일꾼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노재동 후보가 민주당 낙하산 인사인 이석형 후보를 누르고 구청장에 당선된 것이 그 반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현재 관내에서 거론되는 지역인물들을 중심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확률이 높다.
▼한나라당 노재동 공천 일순위=우선 한나라당의 노재동 구청장은 누가 뭐래도 재공천 일순위자로 꼽히고 있다. 상품가치가 높은 민주당 이석형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단한 조직력과 빠른 두뇌회전, 높은 인지도 등을 따라올 경선자가 없다는 관측이다.
특히 현직 구청장이라는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 다른 경선 예상자들의 기세를 압도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갑·을지구당 관계자들도 “노 구청장이 재공천을 받고 선거에 나설 경우 당선은 떼논 당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구청장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중에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노 구청장은 “무혐의를 입증할만한 충분한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면서 “재판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노 구청장의 측근들도 “현재의 상승세 여파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몰고 가면 올해 재·보궐선거보다 훨씬 더 쉬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노씨의 유고를 대비, 물밑에서 서서히 경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인물들의 활동이 최근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 중심 인물들이 바로 을지구당 수석부위원장인 임상묵씨와 볼링협회 은평지회장인 임석순씨 등이다.
이들 양 임씨는 노 구청장의 재판 결과 여하에 따라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분석된다.
초대 구의회 부의장을 역임한 임상묵씨는 약사회 감사로 지구당 위원장인 이재오 의원의 지원을 은근히 기대하며 출마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역시 같은 약사 출신인 임석순씨도 이재오 의원의 지원을 기대하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을구 출신의 임씨는 최근 갑구 지역에 볼링협회 관련 사무실을 열고 부지런히 지역 표밭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러나 이들 양 임씨도 노구청장이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노 청장의 벽을 뛰어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김성호·송미화 性대결=사실 민주당에서는 아직 뚜렷하게 강자로 떠오르는 인물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시의원 김성호·송미화씨와 지하철공사 감사인 김영춘씨가 유력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 가운데서는 김성호씨와 송미화씨가 남녀 성대결 양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초선 시의원인 김성호씨는 을지구당 수석부위원장으로서 지구당 위원장인 이석형씨의 지지아래 출마 의사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을 지구당의 한 관계자는 김씨에 대해 “정치인 불신 풍조가 팽배한 가운데 신의 있는 모습을 보여줘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간사를 역임하는 등 이미 의정활동에 대한 검증을 마친 인물이다. 현재는 예결특위 간사로 활동 중이다. 특히 문화교육위원회에 애착을 가지고 활동, 관내 학부모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김씨의 최대 걸림돌은 최근 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계류중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씨의 측근들은 “재판은 사실상 승리로 굳혀진 상태”라며 “구청장 출마에 장애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여성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송미화씨는 이미 구청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송씨는 시의회 환경수자위 간사로 이미 의정활동에 대한 능력을 검증 받은 인물이다. 특히 신선한 이미지와 소신있는 의정활동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아온 차세대 인물이라는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 주변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정치 풍토에서 ‘여성’이라는 요인이 공천에 장애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의 측근들은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라면서 “구정은 세심한 여성이 유리하다”고 반격하고 나섰다.
한편 김영춘 감사는 갑지구당쪽에서 호감을 보이고 있는 인물이다. 연청회장 출신인 김씨는 2대 시의원을 지낸 인물로 김홍일 의원과도 각별한 사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들을 압박하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이배영 전 구청장의 장남 이성일씨다.
현재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부친의 후원 아래 공식적인 출마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관내 80여개 사조직을 거느리고 있다는 이배영 전 구청장이 자신의 조직을 모두 가동할 경우에 이씨는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국제화 시대에 걸 맞는 구정을 펴기 위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힌 이씨는 “유사시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부자세습’이라는 지역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미국 부시 대통령의 경우를 부자세습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어려서부터 배운 것이 정치이기 때문에 정치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배영 전 청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윤산학씨도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윤재술 전 국회 부의장의 손자인 윤씨는 현재 경기대 홍보처장으로 재직중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손세일 위원장과 공천경합을 벌인바 있다.
을지구당 정책실장 황병오씨와 구의원 김장주씨 등도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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