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석양을 등지고 노을빛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는 야구공을 보며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안양천변 야구장에서 만난 양천구청파랑새야구단(단장 김응순) 소속 회원들은 언뜻 보기에도 40은 돼보이는 ‘아저씨’들이지만, 이들의 모습은 흡사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날이 저물도록 정신없이 야구를 하던 어린아이들을 닮았다.
매주 토요일, 업무를 마치고 양천구청파랑새야구단 소속 회원들이 향하는 곳은 각자의 집이 아니라 안양천변에 위치한 야구장이다. 정식 유니폼까지 챙겨 입고 땡볕 아래에서 흙모래를 흩날리며 시작된 연습경기는 늦은 저녁이 되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
야구단의 역사는 2년전 양성윤씨(34·복지행정과)와 감사과 직원들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총무과 직원이었던 양씨는 감사과 직원들과 함께 복지관 감사를 나가게 되었고, 업무가 끝난 후 모인 술자리에서 서로가 ‘야구 매니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의기투합해 동호회를 결성했습니다”
파랑새라는 동호회의 명칭도 즉석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당시 모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이었던 ‘파랑새는 없다’라는 드라마에서 착안한 것.
“희망을 상징하는 파랑새는 ‘있다’라는 슬로건 아래 ‘파랑새야구단’이라 이름지었습니다.”
이름 덕분일까. 야구단은 창립 된지 2년이 채 안되었지만, 지난해 열린 공무원 리그전에서 중간순위로 껑충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창립 연수를 고려할 때 놀라운 성적.
“야구는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운동이 아닙니다. 팀웍과 협동심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회원들의 팀웍은 시합 때는 물론 뒤풀이 자리에서도 발휘된다. 젊은 회원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른 운동동호회와 달리 주전선수들의 연령이 다양해 뒤풀이는 이내 인생상담의 자리가 된다.
“후배들의 고민과 선배들의 충고를 안주 삼아 술 한잔씩을 기울이고 나면, 어느새 끈끈해진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양씨는 야구를 매개로 한 직원 상호간 교류와 협력이 업무로까지 이어져 대내외 평가도 좋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야구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회원들은 지난번 시합 얘기를 꺼냈다. 11점차로 뒤지고 있던 파랑새팀이 마지막회에 11점을 만회하고 결국 1점차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얼마나 스릴 있고, 멋진 승부였는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밤잠을 설친다는 회원들. 그러나 가슴 한 켠에는 함께 할 시간이 없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늘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동호회는 회원뿐 아니라 각자의 가족까지 참여하는 단합대회를 개최하고 다음해부터는 구민으로 구성된 야구 동호회들이 참여하는 양천구만의 자체리그를 만들 계획이다.
/김양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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