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현장취재에 들어가자 하위직 공무원들의 불만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들은 하위직에 대한 처우부터 정부의 정책까지 온갖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TV에서 사정과 관련한 공무원비리 뉴스가 나올 때마다 아이들 볼 면목이 없습니다. 그럴 때 마다 아이들이 아빠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고민이 앞섭니다”(6급 주사)
“공무원이 동네북입니까. 정부는 툭하면 사정이다 뭐다 해서 결국 하위직만 잡아 가두고, 국민들은 공무원들을 뇌물이나 받아먹고 월급이나 챙기는 기생충으로 생각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의욕이 있겠습니까”(7급 주사보)
“정부의 탁상행정에 의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묻어 두고 어쩔 수 없이 이행해야 하는 하위직 공무원들만 비난하는 언론도 문제입니다”(5급 사무관)
하위직 공무원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왜곡된 시선과 함께 내부의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시급합니다”
하위직 공무원들에게는 업무와 관련해 어떤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다. 책임만 있을 뿐이다. 어떤 사업이든 복잡한 결재라인을 거쳐야 하지만 그 일에 대한 책임은 최고 결재권자가 아닌 기안자에게 있는 이상한 시스템이 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면서까지 많은 사인을 거쳐 승인 받아야 하지만 사인한 사람에게는 아무 책임도 묻지 않는 불합리한 공무원조직을 떠나고 싶습니다”(7급 주사보) 또 업무의 성과를 배제하고 ‘양적 조정’에만 치우친 구조조정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K구청 오씨는 “소신있게 일 하기보다는 줄을 잘서서 ‘밥통’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너무 많은 결재라인을 줄인다며 구조조정을 했지만 결국 팀장(계장)결재란을 협조란으로 바꾸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구조조정만 이루어졌을 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비효율적인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단순히 공무원 정원만 축소하는 일방적인 정부의 구조조정이 공직사회 풍토를 왜곡되게 만든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사무소 기능을 축소하고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 때문에 결국 수해가 더욱 커진 것 아닙니까”(9급 서기보)
“최일선에서 주민을 위한 대민행정 창구인 동사무소의 직원들을 대폭 감원하고 그들이 일해야할 자리에 주민을 위한다며 댄스교실 같은 것이나 개설하고 있는 한심한 현실을 볼 때마다 정부의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7급 주사보)
/신은호·강보미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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