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직접 접촉해야 하는 일선공무원이 일할 맛을 잃은채 10명중 4명이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방 공무원 조직이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반 기업들의 직원 처우개선에 비해 공무원 사회가 상대적으로 침체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지경에 이르리라고
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감원으로 한때 수난을 겪었고 업무량도 크게 늘어 이들을 지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도봉구 직장협의회가 실시한 직원설문조사 결과 현재 업무의 만족도에 대한 물음에 대해 ‘불만족 스럽다’와 ‘그저 그렇다’고 응답한 공무원은 10명당 6명 꼴이었다.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갖고 열정을 쏟겠다는 일선 공무원들은 이제 소수파가 됐다. 이들이 말하고 있는 업무 불만족 이외에 인사불만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노총이 서울지역 6급이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무원사회의 시급한 당면문제로 불공정한 인사(21%)를 꼽았다.
불공정 인사와 함께 공무원연금법 개악(19%), 임금삭감(15%), 정년단축(15%), 일방적인 인력감축(12%) 등이 하위직 공무원들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노원구 직장협의회 소속 공무원의 60%는 투명한 인사를 위해 승진서열을 공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민선단체장 시대 이후 특혜인사 시비가 급증하면서 공무원들의 인사불만도 비례적으로 늘고 있다.
줄서기를 잘하거나 구청장 선거에 헌신한 공무원들이 연공서열을 뛰어 넘어 파격 승진하거나 요직을 독식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면서 이미 하위직 공무원사회의 위계질서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지역대결로 얼룩진 정치권의 구조가 공무원 사회에 그대로 녹아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같이 과중한 업무와 불공정 인사에 변화를 갈망하는 공무원들의 바람은 공무원 노조 설립 찬반을 묻는 대목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공무원의 51.5%가 “공직사회의 개혁을 위해서 공무원 노조가 반드시 필요”하며 노조설립과 관련한 정부의 시기상조 주장에 대해 공무원의 88.2%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직 공무원들은 공무원 노조가 탄생되면 공직사회의 개혁(51.5%)과 공무원 임금·근로조건이 개선(34.9%)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일방적 인력감축 감소, 불공정인사 관행 등도 근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공무원노조 설립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하위직 공무원들의 절반 이상이 ‘노조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현재 과중한 업무와 불공정인사로 지쳐가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현실을 반증해 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신은호·배종근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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