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이, 거기 서 있으면 안돼.” “혜식아. 움직여야지.” 얼핏 봐도 마흔은 넘어 보이는 여자들의 이름을 감독은 막무가내로 불러도 그들은 즐겁기만 하다. 감독이 이름을 부르면 그녀들은 “내 이름을 불러주는 유일한 곳이고, 누구 엄마가 아닌 내가 있는 것 같다”며 만족해 한다.
파란색 유니폼을 맞춰 입고 공을 쫓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함박웃음을 짓는 이들은 보통의 아줌마는 아니다. 머리를 질끈 묶고 코치의 말에 따라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선수들의 실력은 자타가 공인한 프로.
결승에서 강적 마포구를 두 번이나 고배를 마시게 한 강팀이다. 그래서 “유니폼을 입으면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 행동을 조심하게된다”며 “송파구의 유명인사가 됐다.”고 은근히 자랑을 한다.
오늘도 따가운 햇볕을 즐기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아줌마 부대(?)는 이래뵈도 올해 우승컵을 두 번이나 거머 쥔 무패의 전적을 지닌 막강팀이다. 3년 전 창단이래 37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몫을 다하며 팀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송파여성축구단을 맡고 있는 김현철 감독은 “축구를 즐길 줄 알고 그만큼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아줌마 특유의 악바리 근성이 대단하다”고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수가 된 그들은 축구를 사랑하고, 함께 뛰는 동료들을 사랑한다. 지난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정옥경씨는 “부상 때문에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선수들과 떨어질 수 없어 연습 때마다 벤치를 지킨다”며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 운동을 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는 이는 정씨 뿐은 아니다. 무릎 연골수술을 해서, 또는 아이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없는 선수들이지만 다들 한마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한다. 이 같은 선수들의 열정 때문에 힘든 건 주장 김정희 씨.
“시합 때마다 서로 더 뛰려는 다툼이 종종 생긴다”며 싫지 않은 웃음을 짓는 김 씨는 열정으로 가득한 동료들과의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고. 또 “두 아들이 엄마를 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해 대화시간이 많아져 가족 간의 유대감도 깊어졌다”며 든든한 아들을 후원자로 둔 평범한 엄마로서의 행복도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덕을 본 사람은 김미숙씨다. 결혼 5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들었는데 축구를 시작한 후 어렵게 이쁜 딸을 낳았다. 이제 돌이 된 ‘소은이’는 37명의 이모들을 얻기까지 했으니 그녀에게 있어 축구는 큰 은인인 셈이다.
축구를 사랑해 시작했고 축구로 인해 더 행복해진 송파구여성축구단은 비오듯 떨어지는 땀방울을 서로 닦아주며 오는 10월에 있을 대회의 우승을 위해 오늘도 공을 쫓는다.
/강보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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