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영화계를 들썩이게 했던 진짜 이슈들은 독립영화계 쪽에서 모두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침없는 뚝심과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아이디어, 시대정신을 꿰뚫는 안목으로 끊임없이 관객들을 자극하는 독립영화의 매력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던 해였다.
천만 관객 부럽지 않은 화제의 독립영화들과 각각의 감독들을 공공도서관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량리 홍릉근린공원내 위치한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는 ‘감독이 온다!’라는 테마로 1월 한 달 동안, 매주 일요일(첫 주 제외)마다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도서관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는 도서관에 소장된 다양한 영상자료들과 회원들의 연결고리 생성을 위해 3년 전인 2007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올해는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 정병길 감독의 ‘우린 액션배우다’,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 등 4편이 상영된다.
영화가 끝나면 감독을 초청해 관객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 관객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독립영화의 편견을 깨고 상호 이해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세부 상영내용으로는 1월10일 국내 독립영화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가 상영됐으며 17일은 스턴트맨, 액션대역 배우들의 이면을 그려낸 정병길 감독의 ‘우린 액션배우다’가 상영된다.
또한 24일엔 퀴어 영화인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가, 31일엔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이 상영될 예정이다.
도서관 임준 지원팀장은 “영화평론가 맹수진씨가 우리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회원이에요. 그래서 독립영화제를 개최해 보자고 제안을 했더니 감독님들도 직접 섭외해 주시더라고요.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사회도 맡아 진행할 예정”이라며 영화제 기획의 뒷배경을 설명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인적자원을 발굴해 주민들에게 알찬 문화행사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의 가치를 창출하는 도서관의 역할이 빛나는 대목이다.
1월 한달간에 걸쳐 2010년을 여는 영화제 ‘감독이 온다!’는 메이저가 아닌 숨겨진 비주류 영화들을 재발견한다는 영화제의 모토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일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영화제의 문을 연 ‘워낭소리’는 한국 최초로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경쟁부문에 진출해 재미없는 인디영화란 인식을 깨고 대중에게 다가선 화제작이다.
영화 상영 후 독립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환대와 과도한 편집에 의한 논픽션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충렬 감독과 관객이 열띤 논의를 펼치는 담론이 진행됐다.
오는 17일에는 모영화주간지에서 올해의 신인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윤성호 감독의 ‘은하해방전선’이 상영된다. 이 영화는 ‘영화와 연애’에 대한 철학과 유머가 빛나는 작품으로 로맨스, 코미디, 뮤지컬, 판타지의 각종 장르를 넘나들기에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어 도서관측에서는 흥행을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24일은 ‘후회폐인’이란 말이 나돌 만큼 매니아층의 사랑을 받았던 ‘후회하지 않아’가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최근 TV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역을 맡아 주가가 높아지고 있는 배우 김남길이 출연한 퀴어영화로, 개인의 욕망을 짓밟는 자본주의와 계급의 논리 앞에서 좌절하고, 사랑하고, 살아남는 두 남자의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31일 상영되는 ‘우린 액션배우다’는 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서울액션스쿨 8기 졸업생이기도 한 정병길 감독이 스턴트맨들의 일상을 가벼운 장면과 무거운 현실을 적절히 버무려 담은 다큐멘터리다.
주요 출연진들의 액션스쿨 오디션 장면부터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재기 넘치는 연출이 돋보인다.
그렇게 정신없이 웃으며 영화는 달려가지만 쉽지 않은 길을 온 몸으로 부딪히며 달려가는 젊은이들의 성장기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연출로 펼쳐진다.
영화제 상영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도서관 시청각실(지하2층)에서 시작되며, 선착순 입장에 관람료는 무료이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사무실(960-1959)로 문의하면 된다.
이처럼 주민들의 문화욕구 충족 및 영상문화 저변확대를 위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이 추진하는 테마 영화제의 역사는 올해로 3년째다. 2006년 11월 ‘여자의 인생’이란 주제로 시작한 영화제는 첫 상영 때 5명의 관객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이제는 고정 팬까지 거느린 도서관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영화제 관계자는 “출시된 신작 DVD를 무작위로 틀어주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다”며 “대중성은 떨어져도 작지만 보석 같은 영화들, 난해하다는 딱지 때문에 외면당하는 예술영화들, 촌스럽지만 영화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고전영화들을 재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히며 이런 기획 의도가 주민들에게 점점 확산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에 열린 독립영화 ‘우리학교’ 무료 상영회 당시 시청각실의 전 좌석이 가득 차는 등 높은 호응도를 보여준 바 있으며, 2009년 10월에 ‘가족통과하기’라는 테마로 열린 영화제에서는 독립 다큐멘터리 ‘쇼킹 패밀리’의 경순 감독과 김영진 영화평론가가 초청돼 주민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같은 영화제 호응도의 상승은 영화 관람층의 다양화로 나타났으며, 도서관에 따르면 영화제 주 관람객은 젊은 층이었으나 지난해부터 노년과 장년층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장년 및 노년층들은 장르의 호불호가 분명한 젊은 층들에 비해 영화의 장르도 가리지 않아 모든 장르의 영화들을 두루 섭렵한다고 밝혔다.
영화제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넘어 도서관에 소장된 다양한 영상자료들과 회원들의 연결고리로 작용하는 것이 그 본연의 목적이라고 도서관측은 밝혔다.
이에 관해 행사 담당자인 신혜원 사서는 “영화제가 시작된 3년전부터 도서관내 DVD 자료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을 위해 시작한 행사지만 앞으로 더욱 발전해 주민 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영복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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