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강세 ‘옛말’… 안개속 혼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1-19 16: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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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관악구 구청장 선거가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우선 여야가 공히 상향식 공천 방침을 정해 놓고 대규모 투표인단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대의원이 투표하던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그동안 마땅한 후보감을 고르지 못해 침체 분위기에 젖어들었던 한나라당이 중량급 인사인 김재룡씨를 영입, 구청장 선거에 내보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수다. 사실 관악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민주당도 안심할 수는 없게 됐다. 관악구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봉천동과 신림동 일대 달동네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중산층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계층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아파트와 연립 등 공동주택 거주자가 54%를 상회하고 있다.

◆민주당 김희철 유리=아직 양 지구당 위원장 사이에 구체적으로 협의된 것은 없지만 을지구당(위원장 이해찬) 관계자는 “3월말이나 4월 초경에 한 지구당에서 300명 정도씩 참석하는 대규모 투표인단을 구성, 구청장 후보 경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외부전문가로 패널을 구성, 경선자들을 모아 정책 토론회를 실시할 방침”이라며 “구청장 및 시의원 후보를 고르는 확실한 검증절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갑 지구당(위원장 이훈평)측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후보로 새롭게 떠오르는 김재룡씨는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이런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모험후보를 내세우는 것보다 안전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현재 민주당은 김희철 구청장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정태호씨와 진진형씨 등 3인방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현 구청장 김씨는 현직 구청장이라는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면서 입지 굳히기에 돌입했다. 김씨의 최대 장점은 부지런함이다.

실제로 관악구는 지난해 6월 전국 지방자치 경영평가에서 주민만족도부문 최우수구로 선정되는 등 김청장 취임 3년간 최우수구 상만 30 여개를 받을만큼 정열적인 활동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으로서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폐지 여론조성 등 주목할만한 일들을 수행해 내면서 김씨는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에 중량급 인사가 영입된 상황에서 주민들로부터 안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씨가 민주당 공천을 받고 출마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는 지역여론이 대의원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한동안 ‘을지구당 후보 합의설’로 인해 김씨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훈평의원이 “을지구당에서 자신들이 후보를 내고싶어하는 것처럼 나 역시 갑지구당 위원장으로서 우리 쪽 후보를 내고싶다”며 “김 청장이 무리 없이 구정을 잘 이끌어 온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을지구당 후보 합의설이 완전히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경선자들도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을지구당 후보설’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던 정태호씨가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정씨는 386세대의 참신성을 내세워 대의원 공략에 돌입,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대통령인수위원회 총괄팀에서 100대 과제를 수행한 경력과 이 의원이 서울시 부시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서울시 3개년 계획 프로젝트에 참가한 전력은 지역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변화를 인식한 정씨 측근들은 “지난 경선의 참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을 지구당 후보설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해 왔다. 정씨 자신도 “지난 경선에서 참패한 것은 당시 35세로 나이가 어렸을 뿐만 아니라 경선 1개월을 앞두고 막판에 뛰어든 탓”이라면서 “이번에는 상황이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특히 을지구당이 정책토론회 과정을 통해 후보 검증절차를 거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정씨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부각시켜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절차마련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씨 측근은 “토론회가 가장 객관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희철 구청장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또 다른 인물은 진진형 전 구청장이다.

진씨는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당시 갑지구당 위원장)과 이해찬 의원의 권유를 받고 조달청국장직을 사임, 민선1기 관악 구청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중량급 인물이다.

실제로 진씨는 구청장 재임시 재개발 재건축을 강력히 추진, 낙후된 관악구의 도시기반을 확충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경선자 가운데 한사람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진씨에게 줄서기를 시도하는 공무원이 있다’는 소문까지 들릴 정도다.

현재 진 전청장은 후보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바닥민심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지역 정서에 힘입은 진씨는 내심 갑 지구당의 지원을 기대하면서 “이 의원과 민연식 시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경선에서 패배한 후민주당을 탈당,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출마했다가 재 입당하는 등 잦은 당적 이동경력이 그에게는 뼈아픈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 은근한 물밑경쟁=그동안 침체 분위기 속에 있던 한나라당이 최근 김재룡씨의 영입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분위기다.

김씨는 이미 관악을구 조직책을 신청하고 구청장 선거에 나서기 위한 물밑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김씨는 하나증권 대표이사 재직 당시 획기적인 기업성공 사례를 남긴 인물로 측근들은 “재래식 지방행정에 전문적인 경영마인드를 도입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 했다.

YS 정권 당시에는 대통령 자문금유개혁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김씨는 관악발전포럼연구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지역표밭 다지기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김씨의 최대 관건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대의원들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우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성식(을지구당)위원장은 은근히 경선보다 합의하에 김씨가 구청장 후보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김위원장은 “조만간 을구 조직책이 확정되는 대로 양 위원장간의 협의를 통해 후보자 선출 방식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합의를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서울시의회 부의장 출신의 오유근씨가 아직도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씨는 관악문화원 부원장을 역임하면서 주민접촉이 잦았던 인물로 원칙을 앞세우는 곧은 성격을 지니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68세의 고령이라는 점이 공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씨가 경선을 고집할 경우, 대의원들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오씨의 한 측근은 “지방자치는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이 지역에 살지 않는 낙하산 인사가 우리 대표로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본선경쟁력을 고려, 오씨보다는 김씨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 줄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 됐다. 이런 분위기가 상승세를 탈 경우, 김씨의 본선 진출은 무난할 듯 보인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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