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열풍 어디까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1-16 18: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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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兆원 ‘대박꿈’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 주변에서 가방을 둘러멘 청소년들까지 복권을 긁어대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거리풍경이 됐다.

최근엔 인터넷에서 마우스로 긁어 당첨여부를 즉석 확인하는 복권 사이트들이 가세했고 당첨금 액수도 234억원까지 올라갔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복권사업에 앞다퉈 손을 뻗치며 국내 복권시장 규모는 올해 1조원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한국은 가히 ‘복권공화국’이라 할만한 지경에 이르렀다. 복권대박 열풍은 어디까지 갈것인가.

◆당첨금 인플레 경쟁=복권 당첨액이 날이 갈수록 치솟는다.

지난 10일 복권사이트 ‘하이로또’에서 총 당첨금액이 234억원인 ‘꾸러미복권’이 출시됐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 업체 하이홈에 따르면 꾸러미복권은 추첨주기에 따라 복권을 묶어놓은 것으로 구입가 6만원인 ‘추첨8종 종합세트’의 경우 모두 당첨되면 234억원을 거머쥘 수 있다.

지난 69년 9월15일 처음 발행돼 정기발행 복권의 효시격인 ‘주택복권’은 당시 액면가 100원에 당첨금은 300만원이었다. 2002년 현재 발행되고 있는 복권중 단일복권으로 당첨금이 가장 많은 것은 ‘빅슈퍼 더블복권’으로 연식당첨시 당첨금은 최고 100억원에 달한다. 33년 동안 복권당첨액이 3000배 이상 뛴 것이다.

복권의 종류와 수가 많아지면서 당첨금도 커지고 있다. 원래 복권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공익사업자금을 마련키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현재 문광부, 건교부, 과기부 등 8개 공공기관에서 모두 18종의 인쇄식 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인쇄식 복권의 폐기율이 65%를 웃돌았음에도 전국 16개 시·도를 회원으로 하는 ‘전국자치복권 발행행정 협의회’가 올해 복권발행규모를 지난해 6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050억원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손쉽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복권발행은 정부부처 ‘이권사업’=정부 부처와 산하기관 등 기존 복권 발행기관들이 ‘마약성 복권’이라 불릴 만큼 흡인력이 강한 인터넷즉석복권 및 로토(lotto)식 온라인복권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인터넷즉석복권이란 복권 발행기관들이 인터넷에서 즉석으로 당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제주도가 처음으로 발행했다. 뒤이어 한국과학문화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이 올해 인터넷복권 발행을 목표로 사업자 선정을 마쳤다.

그동안 눈치만 살피던 중소기업진흥공단, 근로복지공단, 지방재정공제회 등 다른 기관도 연내 사업자를 선정키로 방침을 정했다.

한국전자복권 우경제 팀장은 “기존 복권 발행기관이 모두 인터넷복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새로 창출될 시장규모만 20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로토방식에 모두 군침=시장에서 더욱 주목하는 것은 로토 사업. 로토 방식은 전용단말기에서 49개 중에 6개의 숫자를 본인이 지정하는 것으로 훨씬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일단 도입되면 기존시장을 급속히 잠식할 전망이다. 체육복표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보다 시장규모가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

현재 이 방식은 전 세계 복권시장의 60%를 점하고 있다. 건교부 과기부 행자부 노동부 중기청 산림청 제주도청 등 7개 정부기관이 주택은행을 운영사업자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당정회의에서는 연간 매출 규모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신형 로토복권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끼리 이해가 갈려 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건교부, 행자부, 과기부, 노동부, 산림청, 중기청, 제주도 등은 ‘온라인 연합복권’ 사업자선정공고를 마쳤고 문광부는 월드컵 재원 마련을 위한 스포츠 토토 복권 발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로토 복권의 조기시행을 막으려 든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1200억원을 들여 스포츠 토토 복권 단말기를 깐지 1년도 안돼 로토 복권 단말기를 새로 들여놔야 할 형편이다.

◆통합복권법으로 투명관리해야=복권사업을 총괄규제하는 곳이 없고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사업을 벌이다 보니 낭비와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복권발행 권한이 국무총리실에서 각 부처로 이관된 이후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복권을 이권사업으로 삼고 있다. 결국 각 부처에서 발행한 복권들이 사행심을 부추겨 복권대박 열풍을 몰고 왔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예산을 돌려서라도 복권 발행을 줄이고 사업자 선정이나 수익금 배분 등을 투명하게 관리할 통합복권법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권발행을 통합조정할 법규조차 마련되지 않다 보니 당첨금을 규제할 근거가 없고 판매실적이 떨어진 복권은 발행기관 공익사업의 발목을 잡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복권시장이 팽창하면서 청소년들의 사행 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인터넷 복권의 경우 보안문제가 미비해 미성년자들의 접속을 차단할 길이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지난해 레저산업에서 사행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1.4%로 여기에 인터넷복권까지 등장하면 전 국민의 도박화가 우려된다”며 “결국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정만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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