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흔들린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01-15 18: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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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 9급 임용시험에는 2만5506명의 응시자가 몰려 17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9급 국가공무원 최종 합격자 2915명을 분석한 결과 74.7%가 대졸이고 이중 재학생이 15.7%나돼 고학력 사회임을 또한번 실감케 했다. 취업난속에 직업 공무원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하지만 잇달아 터져 나오는 부정부패 사건에 공직자들은 거의 빠짐없는 단골 출연자들이다.

소신을 갖고 성실하게 일하는 대다수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시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도 바로 공무원 그 자신들이다. 인사청탁, 줄서기와 복지부동,부정부패…. 공직자 사회에 따라 붙는 불명예의 꼬리표는 언제나 떼어 버릴 수 있을 것인가.

◆’투명 인사’가 선결 과제다=인사가 제대로 돼야 투명한 공직사회에 다가 설수있다. ‘공무원의 최대 관심사는 인사’라는 말은 시·구에서 인사이동이 있을때면 실감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3급 승진심사와 관련, 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와 한바탕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승진대상자는 물론 승진심사의 모든 과정을 공개하라는 거센 요구를 받고 나서야 뒤늦게 공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지금도 시 홈페이지에는 이번 승진인사에 해명을 요구하는 시직원들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학연과 지연에 밀려 승진에서 누락되는 게 현실인데 일할 맛이 나겠는가”라고 반문하는 K구청 김주임의 하소연처럼 공무원사회에서는 인사에 대한 불만이 쌓일대로 쌓여있다.

도봉구청 공무원직협이 공무원 4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 ‘인사의 공정성’(34%)이 꼽혔다. 인사가 공정하냐고 묻는 질문엔 12%만이 공정하다고 대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공무원이 54%(228명)의 절대다수로 나타났다.

◆전문성을 결여하고 있다=“발령받은지 얼마 안돼서…”, “아직 업무파악이 안돼서 잘 모르겠습니다” 민원 때문에 해당과를 찾았을때 종종 듣는 말이다. 또 간부급 인사가 나면 “요직을 두루거친…”이라는 인사평이 칭찬처럼 따라 붙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전문성이 부족한데서 오는 졸속행정의 폐해는 생각않고 이 자리 저 자리를 두루거치는 것이 출세하는 공무원상인 것처럼 생각한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48개 중앙부처 1800여명 간부급 공무원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11개월∼1년2개월에 불과하다. 또 중앙인사위의 발표에서도 산업자원부의 한 국장자리는 최근 2년6개월동안 7명이나 교체됐으며 건설교통부의 한 과장자리도 3년 7개월 동안 7명, 교육부의 어느 담당관은 3년동안 6명이 바뀌었다.

서울시 시정개혁단 이성 단장은 “일본 공무원들은 교수를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우리 공무원 개개인의 자질은 우수하지만 공직생활이 오래될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지나친 순환보직 탓”이라고 지적했다. 담당자들이 수시로 바뀌는 순환보직 관행 때문에 전문성과 행정일관성이 떨어져 무능 공무원이란 소리를 사서 듣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최근 중앙인사위원회가 일정기간 전보를 제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최소 보임기간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관심을 모은다.

◆줄서기와 복지부동=선거를 앞둔 요즘 공직사회는 열심히 일하다가 차기 단체장에게 거슬려 한직으로 밀려날까 두려워하는 복지부동의 분위기가 특히 역력하다. 행정공백이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는 정도다. 또 일부에선 벌써부터 유력한 후보를 외부에서 접촉하는 등 정치권 줄대기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S구에서는 구청장이 바뀌자 전 청장쪽 사람들이 바깥의 한직에 밀려났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고 G구청 모국장은 요즘 바깥의 구청장후보와 줄을 대 잦은 접촉을 가지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력 후보에게 낯을 익히는 것은 물론 ‘보장성 거래’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정치바람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 되어버린 공무원사회에서 복지부동에 따른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직급중심 공무원체제를 직무중심의 직위분류제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영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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