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서울 맞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1-12-24 19: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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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도-간판도- 사람도 이국풍경 ‘넘실’ 정치·경제 집중도가 나라의 절반을 웃도는 서울은 전국민의 21.6%인 1천2백여만명이 모여 산다. 인구로만 프랑스 파리의 5배에 이르는 세계 3위의 초거대도시답게 서울엔 각국에서 모여든 외국인들이 많다.

올림픽과 아셈총회 등이 열렸고 2002월드컵 개최가 예정돼 있는 등 서울은 이미 세계의 중심도시이자 거미줄처럼 얽힌 다국적 기업들의 각축장이기도하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서울시내 곳곳에서 자국문화를 향유하는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태원은 외국인거리의 맏형격=대표적인 외국인 거리는 두말할 것 없이 이태원이다.

북한남 로터리에서 6호선 녹사평역에 이르는 이 일대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라면 빠뜨리지 않고 거쳐가는 대표적 쇼핑거리. 원래 인근 미군부대 장병을 겨냥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쇼핑명소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는 가죽제품, 액세서리, 기념품, 캐주얼웨어, 가방, 운동화 등 갖가지 상품을 시중가보다 싼값에 판매한다.

이태원 소방서와 해밀턴 호텔 부근은 밤마다 유흥업소들의 휘황한 네온사인에 휩싸인다. ‘서울의 밤은 이태원이 말한다’는 유행어가 퍼질 정도로 흥청거렸던 이곳은 최근 미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진 데다 경기침체속에 외국인 관광객도 점차 줄어들면서 그 분위기가 다소 썰렁해지고 있다.

◇한남동은 ‘저먼타운’=한남동 유엔빌리지 부근엔 규모는 작지만 ‘저먼타운’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 일대에는 독일 대사관과 독일인 학교가 들어서 있다.

현재 국내에는 1천명 가까운 독일인이 들어와 있는데 이중 3분의1 정도가 이 부근을 중심으로 살고 있다. 이태원 쇼핑타운이 있어 더욱 인기다.

주로 대사관 직원 가족과 보시·지멘스 등 독일의 다국적 상사 주재원들이다. 한남동과 동빙고동 일대에는 독일 대사관뿐 아니라 헝가리, 벨기에, 브루나이 등 각국 대사관이 밀집해 있어 각각 그 나름의 미니 외국인 타운을 이루고 있다.

◇이태원-한남동이 만난 언덕은 ‘성지’=한남2동 이슬람 성원은 각국 이슬람 교도들이 찾아드는 ‘성지’다.

지난 76년 개원한 이곳에 약 2천500여명의 외국인 무슬림들이 매주 한차례 이상 찾아온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북아프리카 등 주로 제3세계 외국인들이다.

일용직 근로자가 대부분인 이들은 토요일 오후가 되면 성당에서 하루를 머물며 이튿날 일요 예배까지 마치고 돌아간다. 성당 주변에는 회교도들이 즐기는 음식만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물론 회교도 외국인이 주인인 음식점도 있다.

◇반포동은 ‘몽마르트르 언덕’=반포대교쪽 팔레스호텔 부근 반포4동 서래마을은 프랑스 타운으로, 길이름도 몽마르뜨2길 등으로 불린다. 이곳 주택가엔 야트막한 고개가 있고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적·백·청색의 보도블럭이 깔려 있다. 이국풍의 가로등과 프랑스어 표지판을 보면 이 일대가 정말 몽마르트르 언덕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서래마을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프랑스인의 절반인 450여명이 모여 산다. 이 일대가 프랑스촌으로 정착된 것은 90년대 들어 대사관 직원과 노보텔·테제베·까르푸 등 상사 주재원이 고급주택가이면서 교육환경이 뛰어난 이 지역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거리인 이곳에 와인숍과 빵가게들이 즐비한 것은 물론이다.

◇동부이촌동은 ‘재팬타운’=서울의 대표적 부촌중 하나인 용산 동부이촌동은 일본인이 터를 닦아오고 있다.

속칭 ‘재팬타운’으로 불리는 이곳에는 한강대교에서 동작대교 방향으로 일본풍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강촌 아파트앞 대로변에는 로바다야키, 스시, 우동집 등 일본음식 전문식당이 모여 있다.

동부이촌동 주변 아파트에는 일본 대사관 직원과 소니·도요타·전일본항공 등 일본 상사주재원 1200여 가구가 밀집해 있다. 이들이 이곳에 터를 잡은 때는 한일국교 정상화 직후인 65년부터다.

당시 주한 일본 외교관들과 상사 주재원들이 전망이 좋고 주거 여건이 뛰어난 한강 외인아파트를 선호해 이 일대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재팬타운이 형성됐다. 한강 외인아파트는 지난해 철거돼 현재 고층 아파트가 신축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 주변은 일본인 지대에 가깝다.

동부이촌동 일대 병원, 음식점, 부동산 중개, 여행사, 이·미용실 등 생활편의시설 다수가 일본인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어린이반을 따로 개설해 운영하는 유치원도 있다. 조흥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일본어로 상담하는 일본인 전용창구를 개설해 놓기도 했다.

이곳 일본인 주부들은 ‘볼런티어회’(霜月會)라는 월례모임을 결성, 매월 한차례씩 고아원이나 노인정 등을 돌며 활발한 자원봉사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동부이촌동은 주거환경이 뛰어나고 식료품 구입 등이 편리해 일본인들이 살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안정만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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