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장기전’ 현실화, 고물가·에너지 위기 선제 대응 총력전 펼쳐야

시민일보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4-06 1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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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일(현지 시각) 대(對)국민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 문제에 사실상 아무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2, 3주간의 강한 공습으로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라고 위협한 데 그쳤을 뿐인 데다 이란은 “영원한 후회와 항복이 있을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라며 맞불을 놓으면서 중동 전쟁은 출구전략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고, 퇴로의 명분 쌓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중동 전쟁 발(發) ‘고유가 장기화’는 이제 피하기 힘든 현실이 됐다.

이를 방증(傍證)하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국민 강경 연설 직후 국제 유가는 일제히 4~5% 급등했고, 지난 4월 2일 열린 한국 주식시장에서 코스피(KOSPI) 지수는 4.47% 급락하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8.4원이나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공격 강화 발언한 이후 급등하며, 배럴(Barrel = 158.987리터)당 110달러선으로 뛰며 폭등했다. 지난 4월 2일(현지 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장 대비 11.41%(11.42달러) 급등한 배럴당 111.54달러에 마감했다. 2020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이다. 브렌트유(Brent Crude Oil) 6월물도 7.78%(7.87달러) 오른 배럴당 109.0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국민 강경 연설에 따라 지난 4월 2일 코스피(KOSPI) 지수는 244.65포인트(4.47%) 하락해 5,234.0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에는 상승세를 보이며 5,551.69까지 올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연설 직후 빠르게 하락세(下落勢)로 전환했고, 코스닥(KOSDAQ) 지수 또한 전장보다 59.84포인트(5.36%) 급락한 1,056.34에 마감했다. 특히 이날 오후, 코스닥 시장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주식시장에서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거래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매도 사이드카(Sidecar │ 주식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되면서 투자 심리의 위축은 더욱 가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연설은 외환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월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8.4원 오른 1,519.7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조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도 고유가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걱정이 큰데도, 이란 에너지 시설을 강력히 타격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까지 나오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더구나 이란은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를 지속하면서 우호국 유조선에 대해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 징수를 공식화하고 있는데, 이는 유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어 불안을 가중한다. 고유가 장기전 대비 태세를 바짝 서둘러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실물 경제 충격에 만반의 대비를 다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각별 유념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한편 중동 전쟁은 갈수록 불확실성(Uncertainty)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동맹국들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주문했는데 이 와중에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4월 2일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란 보고서를 통해 전쟁이 조기 종전(終戰)되더라도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분석과 함께 내년 4분기 유가는 배럴당 9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시설 피해 복구가 지연되면서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비축유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까지 몰리며 유가를 밀어 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분쟁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원유 생산량이 10% 감소하는 충격을 전제로 유가는 내년 4분기 기준 배럴당 117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파괴된 에너지 시설을 재가동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시설들이 타격받으면 174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이 전망조차 ‘하한 추정치’로 실제 유가 충격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KIEP는 “결국 유가 상승은 생산자물가를 거쳐 국내 소비자물가에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 전쟁 발(發) 에너지 충격은 이미 국내 석유·가스의 수급 불안과 나프타(Naphtha) 등 핵심 석유화학 원료의 공급망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도 조만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유가는 세계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역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2% 상승하며 다시 요동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4월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8.8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11월 2.4%에서 12월 2.3%, 지난 1월 2.0%로 내려온 뒤 2월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달 0.2%포인트 높아졌다.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오일플레이션(Oilflation │ 기름값 상승에 따른 물가 전반 오름세)’이 본격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석유류가 9.9% 뛰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2022년의 10월(10.3%)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경유 가격은 1년 전보다 17% 뛰었고 휘발유 가격도 8% 상승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급등세를 억눌러 충격이 일부 상쇄되어 그나마 이 정도에 그친 것이다. 향후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 자금이 시중에 풀리면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복합위기(Complex crisis)가 갈수록 증폭하는 양상 속에 한국 경제를 무겁게 덮치고 있는 가운데 소비와 성장마저 둔화하고 고유가로 물가 불안이 계속되면 서민들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弱化)시켜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이른바 경기 둔화 속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의 그림자에 접어들 수 있단 우려도 무겁게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종전(終戰)을 기다리며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기다릴 여유가 우리에게는 사실상 없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한국 물가 전망치를 일제히 올리고 있다. 올해 2월 말 평균 2.0%에서 3월 말 2.4%로 0.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일부 기관은 2.6%까지 제시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3월 26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하향 조정하면서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당초 1.8%에서 2.7%로 0.9%포인트나 대폭 올려 잡았다. 이들은 한국의 중동 전쟁 발(發) 고유가 충격이 4월 이후 본격화할 것이라 공통적인 인식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물가 대책을 재점검하고, 추후 상황별 시나리오까지 빈틈없이 대비하길 바란다.

특히 지난 4월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 가운데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1.9%에서 2.4%로 0.5%포인트, ‘JP모건(JP Morgan)’은 1.7%에서 2.6%로 0.9%포인트, ‘씨티(Citi)’는 1.9%에서 2.6%로 0.7%포인트나 한국의 물가 전망치를 각각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중동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아직 물가 데이터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은 대개 3~6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에 영향을 미친다. 석유류 가격이 먼저 오른 후 운송·물류업종이 충격을 받게 된다. 뒤이어 공산품과 가공식품·외식 등 소비자물가 전반이 도미노처럼 상승하는 구조다. 따라서 중동 전쟁이 2월 28일 발발한 후 물가 반영은 아직 시작 단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중동 전쟁 상황은 ‘불확실성(Uncertainty)’을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현지 시각) “2~3주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 4월 4일(현지 시각) “지옥문이 열릴 때까지 48시간 남았다.”라며 “시간이 많지 않다.”라고 이란에 재차 경고를 가하며 압박했다. 하지만 이란의 강경 정권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효과를 보이자 조기 휴전·종전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열린 ‘2026년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민생경제는 전시 상황으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당장 내일 전쟁이 끝난다 해도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가 복구되고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전쟁 추경안’ 심사 때 에너지 공급망 대책과 취약층 지원을 위한 예산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공공 부문뿐 아니라 산업 현장과 민간의 에너지 절약 참여를 확대할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수급 불안이 우려되는 전략 품목의 수출입 제한 등 긴급 조처도 때를 놓치지 말고 선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 화석연료와 수입산(産) 의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에너지 전환’ 역시 지금이 기회라는 각오로 임해야만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종전(終戰)을 기다리며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기다릴 여유가 사실상 없다. 공급망 회복에 외교력을 총집중(集中)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원유 수입처 다각화, 에너지 믹스(Energy mix) 재편 등 구조적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정부는 ‘비축유 스와프(SWAP │ 교환) 제도’를 신청한 물량 등을 토대로 국내 정유사가 이달 확보한 대체 물량을 5,000만 배럴로 파악하고 있다. ‘비축유 스와프 제도’는 정부가 비축유를 정유사에 먼저 빌려주고, 정유사가 미국 등에서 구한 원유가 도입되면 이를 돌려받는 제도로 미국산의 경우 국내 도입까지 50일이 걸린다. 기존 중동의 도입 기간(20일)보다 길어 30일 정도 수요 공백이 발생하는데 이를 보완(補完)하고자 취한 불가피한 조치다. 원유 수입국 다변화와 에너지 절약, 원전 이용률 상향 등 전시경제(戰時經濟) 상황에 준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추고 가용(可用)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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