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 부서 된 경찰 ‘여성청소년과’... 관계성 범죄 사각지대, 공인탐정이 메워야

시민일보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4-16 13: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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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제발 우리 과에 와주세요." 전국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들이 신임 순경에게 읍소하는 말이다. 비단 한두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언론 보도가 잇따라 전하듯, 일선 경찰서마다 여성청소년과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최전선 부서가 가장 기피하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여성청소년과는 가정폭력, 스토킹, 아동학대, 성범죄 등 이른바 '관계성 범죄'를 전담한다.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이며 범죄가 지속·반복되는 특성을 지닌다. 전문화된 대응이 절실한 영역임에도 업무 강도는 높고 정서적 소진은 극심하며 승진에서 불리하다는 인식까지 겹쳐, 젊은 경찰관들이 배치를 극도로 꺼린다.

인력 부족은 곧바로 현장의 부실 대응으로 이어진다. 2026년 3월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과 2025년 5월 동탄 납치·살인 사건은 수사기관의 태만을 넘어, 공권력이 지닌 구조적 한계와 치안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준다. 관계성 범죄는 장기성과 반복성을 띠지만, 범죄가 발생하기 전까지 특정 개인에게 경찰력을 24시간 독점적으로 투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남양주 사건은 접근금지 등 법적 보호망을 가동하기 위해 피해자 홀로 위협을 견디며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사전 개입의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동탄 사건은 경찰이 출동해 현장을 떠난 지 불과 2분 만에 피해자가 재폭행당하며 '사후 관리의 공백'을 노출했다. 경찰청이 남양주 사건 이후 전수 점검한 관계성 범죄는 2만 2,388건, 이 중 고위험 사건만 1,626건에 달한다. 이 엄청난 숫자의 피해자들이 공권력이 닿지 않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지금도 홀로 떨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근저에는 공권력이 지닌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수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높고, 범죄의 지능화로 업무 부담은 가중되는 추세다. 경찰력만으로 모든 피해자에게 24시간 밀착 보호를 제공하기에는 물리적·제도적 한계가 분명하다. 민간경비업이 시설 치안의 공백을 보완해 왔듯, 이제는 사실관계 확인과 증거 확보를 담당하는 '탐정업'을 제도권 내로 편입해 대인 보호의 공백을 메워야 할 때다.

이러한 치안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절실한 것이 바로 공인탐정 제도다. 만약 앞선 두 사건에 전문 탐정이 투입되어 조력을 받을 수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남양주 사건의 경우, 탐정이 피해자의 일상에 밀착해 가해자의 접근 동선과 위협 패턴을 합법적 관찰로 채증했을 것이다. 이 객관적 보고서가 즉시 공유되었다면, 경찰은 수사 인력을 낭비하지 않고 신속하게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었다. 동탄 사건 역시 경찰력이 떠난 2분의 공백, 바로 그 틈을 탐정이 메워 재접근 여부를 감시하고 위험 징후를 경찰에 즉각 통보하는 연속적 안전망이 작동했을 것이다.

결국 탐정의 역할은 경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력이 미치기 전과 후의 시간적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는 데 있다. 스토킹부터 가정폭력, 아동학대, 실종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사 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 탐정이야말로 범죄의 전조를 가장 예민하게 포착할 수 있는 눈이다. 피해자가 홀로 버텨야 했던 끔찍한 시간을 극적으로 줄여주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경찰이 빠르고 강력하게 범죄자를 제압할 수 있도록 '결정적 무기'를 쥐여주는 필수 조력자. 치안 생태계의 빈틈을 채우는 든든한 민관 치안 파트너, 이것이 바로 공인탐정의 진정한 가치다.

필자가 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에서는 「아동청소년탐정론」, 「범죄심리학」, 「공익탐정론」, 「미아·가출인·실종자조사 실무」 등 관계성 범죄 대응에 직결되는 교과목을 운영하며, 국내 유일의 탐정학 학사학위 과정으로서 전문 조사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우리 학계가 이토록 선제적으로 인재 양성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인탐정 제도가 이미 세계적인 치안의 상수(常數)이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민간조사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며 공권력을 보완하는 강력한 치안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州)에서 면허제를 통해 약 43,000명 이상의 공인탐정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단순한 사적 조사를 넘어 관선 변호사나 검찰 등 정부 기관과 계약을 맺고 재판의 핵심 증거를 수집하는 등 사법 시스템의 실질적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확고한 사회적 수요를 증명하듯,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탐정업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6% 이상의 지속적인 고용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은 과거 음성적인 흥신소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정보 조사의 순기능을 양성화하기 위해, 2007년부터 「탐정업무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공안위원회 산하 신고제로 엄격히 관리 중이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선진국 역시 경찰의 강제력이 즉각 미치기 어려운 노동·민사 분쟁이나 스토킹과 같은 관계성 범죄 영역에서, 전문 탐정이 수집한 객관적 증거를 법적 구제와 피해자 보호의 주요 근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공인탐정 제도가 국가 공권력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완성하는 필수적인 '보완재'임을 시사한다.

그런데 OECD 38개국 중 탐정업을 규율하는 별도 법률이 부재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2020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탐정"이라는 명칭 자체는 합법화되었지만, 이들의 업무 범위·자격 요건·감독 체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률은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치안 공백에 놓인 관계성 범죄 피해자들은 불법 심부름센터의 유혹과 제도적 사각지대 속에서 아무런 보호 없이 위험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치안 구조는 오랫동안 경찰이라는 단일 기둥에 모든 무게를 지워왔고, 그 결과 가장 취약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부서가 역설적으로 가장 기피 받는 현장이 되었다. 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대 의료 체계가 공공과 민간의 협력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듯, 국가 치안 역시 경찰의 공권력과 공인탐정의 민간 조사 역량이 결합하는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다.

그 출발점은 단연 '공인탐정법' 제정이다. 이미 2017년 경찰청 조사에서 국민의 72.3%가 제도 도입에 찬성하며 분명한 답을 내놓았다. 치안의 빈자리에서 오늘도 수많은 관계성 범죄 피해자들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협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법의 부재가 곧 보호의 부재로 직결되는 지금,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입법부는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학과장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경찰청 총경 퇴임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연구소장 및 K-탐정단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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